5월 23일 알마티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의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인 김동우 사진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알마티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 주최로 진행됐다.
김동우 작가는 오랜 시간 세계 곳곳을 돌며 한국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찾아 기록해 왔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프로젝트 ‘뭉우리돌’에 대해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이주, 그리고 한반도 밖에서 이어진 독립운동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뭉우리돌’이라는 이름은 백범 김구 선생의 글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밭을 갈기 위해 땅에서 골라내는 돌처럼, 독립운동가들 역시 시대 속에서 밀려나고 버려졌지만 끝까지 저항의 정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김동우 작가는 그동안 인도,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미국, 쿠바 등 세계 곳곳을 돌며 잊혀져 가는 독립운동의 흔적과 한인 디아스포라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는 '나를 찾아가는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한인 후손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 작가는 해외 한인 후손들을 만날 때마다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가족의 기억과 음식 문화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맛이 기억보다 더 오래 남고, 언어보다 더 강하게 정체성을 지켜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외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 유적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일부 장소들은 지금은 빈터가 되었거나 방치된 건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김 작가는 과거 홍범도 장군과 계봉우 선생의 묘가 있었던 크즐오르다를 언급했다. 현재는 두 인물을 기리는 현대식 기념관과 추모 공간이 조성되어 있지만, 계봉우 선생의 원래 묘비는 새 기념관 인근에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새 기념관뿐 아니라 오래된 원래 묘비 역시 역사와 기억의 일부로 함께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바로 그런 장소들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작가의 작품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얼굴을 반투명하고 흐릿하게 표현한 사진들이다. 그는 이러한 표현 방식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역사와 기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우리는 과연 이 역사를 사라지게 내버려 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연 중 김 작가는 역사가 단지 책이나 기록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직접 역사 현장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느낄 때 비로소 진짜 기억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남겨진 조상들의 흔적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성찰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마지막에는 카자흐스탄 방문 중 새롭게 발견한 독립운동가의 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제트사이에 위치한 한 독립운동가의 묘가 매우 열악하고 방치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하며, 역사적 기억은 누군가 계속 돌아보고 지키지 않으면 너무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고려일보》는 김동우 작가와의 인터뷰를 가까운 시일 내 러시아어로 소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