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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는 정말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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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는 정말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18.07.2026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미술평론가 김 엘리자베타(Ким Елизавета)는 반세기 가까이 카스테예프 국립미술관에서 활동하며 카자흐스탄 미술 연구와 국제 전시 기획에 힘써 왔다. 특히 한국 현대미술관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비롯해 런던 크리스티(Christie's) 전시, 프랑스 명작전 등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카자흐스탄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김 엘리자베타는 "좋은 미술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상을 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함께 걸어온 그녀의 삶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미술평론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제 경우는 아주 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화가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늘 예술가들 속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친구들 가운데는 건축가와 음악가, 배우들이 많았죠.

      제가 태어난 곳은 테미르타우입니다. 당시 이곳에는 카를라그(Карлаг) 수용소를 거친 뒤 정착한 소련 지식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도시에는 '야금노동자 문화궁전'이라는 문화공간이 있었는데, 연극 공연이 열리고 다양한 예술 동아리가 운영되는 등 지역 문화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발레를 배우고 음악학교에 다녔습니다. 당시 교사들 가운데는 유배를 겪은 지식인들이 적지 않았고, 덕분에 교육 수준도 매우 높았습니다.

      196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알마티로 이주한 뒤에도 음악학교에 계속 다녔고, 당시 셰브첸코 미술관(현 카스테예프 국립미술관)에서 운영하던 '청소년 미술사 교실'에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는 열네 살 정도였습니다.
      열여섯 살에 학교를 졸업한 뒤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지인들은 미술평론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그)나 모스크바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저는 레닌그라드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합격하지 못했고, 세 번째 도전 끝에야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두 해 동안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물론 책을 통해서였지만, 그 무렵에는 미술사를 거의 모두 익혔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알마티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청소년 미술사 교실에 다닐 당시 지도교사는 반드롭스카야 옐레나 보리소브나(Вандровская Елена Борисовна)였습니다. 뛰어난 전문가이자 정말 지혜로운 분이셨습니다. 늘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고, 아낌없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제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그분의 영향이었습니다. 훗날 졸업논문 역시 그 주제로 쓰게 되었습니다.

      - 현재의 카스테예프 국립미술관인 당시 셰브첸코 미술관에서의 첫 시작은 어떠했나요?

      - 미술관에서는 제가 청소년 미술사 교실에 다니던 시절부터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뒤 미술관 관리원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바닥과 창문을 닦고, 작품의 먼지를 털고, 전시를 위해 작품을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덕분에 전시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도슨트가 부족했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전시 해설 업무도 맡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판화와 드로잉 등 그래픽 컬렉션을 관리하는 수장고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게는 전문성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매일 작품을 정리하고 분류했으며, 작가가 확인되지 않은 작품의 조사와 귀속(아트리뷰션)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작품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설명하는 일만으로도 세심한 관찰력과 분석력을 기를 수 있는 훌륭한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수장고에서만 20년을 근무한 뒤에는 카자흐스탄 미술과 20세기 및 현대 해외미술을 연구하는 학예 부서에서 일했습니다. 미술관을 떠날 당시에는 해외미술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미술관을 찾곤 했습니다.

      - 지금까지 참여하신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 처음으로 참여한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는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한 전시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알마티를 여러 차례 방문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해외에 거주하는 고려인 화가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전시는 2008년에 개최됐으며 규모도 매우 컸습니다. 전시와 함께 학술회의도 열렸는데, 저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화가들에 관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직접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화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국제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작품을 어떤 운송회사를 통해 보내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까지 하나하나 배워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프로젝트는 제게 진정한 '신고식'과도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런던 크리스티(Christie's)에서 열린 카스테예프 국립미술관 특별전입니다. 당시 미술관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를 계기로 소장품 가운데 대표 작품들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크리스티 관계자들이 처음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컬렉션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그것이 이번 전시를 추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전시에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미술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전시 준비는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폐막식에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주요 갤러리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 역시 많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중에 한 기자의 말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귀중한 작품들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자국의 미술관에서 공개하고 있는 나라는
      깊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프로젝트는 많은 알마티 시민들이 기억하는 '프랑스의 보석들(Les Trésors de France)' 전시입니다. 이 전시에서는 500년에 걸친 프랑스 미술을 소개했으며,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 베르사유궁을 비롯한 프랑스의 수십 개 박물관에서 작품들이 알마티로 옮겨졌습니다.

      이처럼 대규모의 프랑스 해외전은 이전에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 준비 과정도 매우 쉽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위해 미술관 전체를 비워야 했고, 그 결과 미술관 안에 또 하나의 미술관이 들어선 듯한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 오늘날 미술평론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미술평론가는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역사와 철학, 문학, 음악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정말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분야의 지식이 언제 도움이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술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느끼며 살았는지,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했는지, 나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직업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알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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