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이번 9월 초입부터 폭염경보(일 최고체감온도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 될 경우 발령)가 내려지고 추석연휴 내내 무더위가 지속되는 등 유례없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9월 첫 주에만 총 8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앞으로는 이와 같이 여름의 보편적인 길이가 9월까지 연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해 하계 평균 기간이 늘어나게 되자 대한민국 기상청은 지난 13일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기상청이 규정하는 여름의 기준은 일평균 기온이 20℃를 상회한 후 그 밑으로 다시 떨어지지 않는 기간이다. 기상청은 한반도에서 각 계절이 3개월 단위로 뚜렷이 구분되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1912년부터 1940년에 걸친 ‘과거의 30년’과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최근의 30년’의 구간 내에서 각각 관측되었던 계절별 지속기간을 비교한 결과, 과거에 비해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졌고 여름의 길이는 20일 연장, 겨울의 길이는 22일 짧아졌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기후 변화를 고려해 기존의 계절별 구분을 현재 변화한 계절의 지속기간에 맞추어 보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음을 밝혔다. 이러한 계절 구분 재조정은 117년에 이르는 대한민국의 기상 관측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내의 기온 상승 또한 지속되면서 현재 이미 제주도를 비롯한 대한민국 남해안 지역이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었으며, 2100년께에는 한국의 절반에 이르는 지역에서 이 같은 기후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카자흐스탄의 상황은 어떨까? 오늘날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 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카자흐스탄의 지리적 특성상 세계 평균치보다도 더 빠르게 기온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는 것이 카자흐스탄 기상학자들의 분석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76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의 연평균 기온 상승 속도는 매 10년마다 0.19°C씩 증가해왔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의 경우 그 수치는 무려 0,33°C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카자흐스탄의 평균 기온은1960년부터 199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관측된 평균 기온에서 1.78°C나 더 높아진 것으로 기록되었으며, 이로써 카자흐스탄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해’의 기록을 갱신하게 되었다. 카자흐스탄 기상청 측은 기온 상승세가 현재의 상태로 지속된다면 향후 국내 평균기온이 2050년 즈음에는 현재보다 2~3°C, 2090년께에는 3~6°C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영토를 보유한만큼 각 지역에 따라 기후 변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추운 수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매서운 바람을 동반한 한파가 일상으로 통하는 아스타나의 경우를 살펴보자. 최근 카자흐스탄 기상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지난 20년에 걸쳐 연평균 풍속이 3.6m/s에서 2.8m/s로 떨어지는 한편 대기정체의 발생 빈도가 2배 늘어났고 눈보라는 2배 감소했다. 겨울철 한파의 강도 또한 과거에는 ‘혹한’으로 분류되었다면, 이제는 그보다 낮은 단계인 ‘일반적인 강추위’ 범위에 들게 될 정도로 동계 평균 기온이 상승했다. 아스타나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낮은 기온이 측정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인 1893년 1월로, 당시 영하 51.6°C를 기록한 바 있다. 그에 비해 지난 20년을 통틀어 측정된 최저 기온은 영하 40.6°C(2012년 12월 기록)에 그쳤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카자흐스탄 전역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33°C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 따라서는 최저 0.22°C(카라간디 주)부터 최고 0.52°C(서카자흐스탄 주)까지의 편차로 나타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서부와 남부를 주축으로 한 지역들의 경우,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여름철의 폭염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처럼 서부 및 남부 주들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전역에 걸쳐 일일 최고 기온이 30°C 이상인 날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식물·작물 재배철 기간이 늘어나는 한편 영하의 겨울 날씨(특히 -20°C 이하의 기온) 빈도는 줄어들고 있다. 또한 연간 강수량의 경우 지난 10년간 2.6mm 증가하는 등 일각에서는 기온 상승의 영향이 전반적인 강수량의 변화에도 미미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지만, 기상청 측은 이 같은 근래의 강수량 증가과는 관계없이 2050년대 즈음부터는 하계 강수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기온 상승세 속에서 서부와 남부 지역을 주축으로 전국 여러 지역에서 가뭄 현상이 심화되어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갈수록 대부분의 강수가 소나기 형태 위주로 내리게 됨으로 인해 표토(表土)층이 빈약한 지역들에서는 침식 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카자흐스탄 기상청의 분석이다.
카자흐스탄 기상청 측을 비롯한 기상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겨울철보다 다른 계절들에서의 기온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반해 향후에는 봄·가을 대비 하계는 물론 동계의 평균 기온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카자흐스탄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카자흐스탄의 지리적 위치와 광활한 영토를 고려할 때, 그간 국내 각지에서 관찰된 기후 변화 현상은 생물물리학적,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을 모두 미칠 수 있다”고 전하며 “이에 주도면밀히 국내 기후상태를 관찰하며 끊임없이 변화 양상을 평가하는 작업은 국내 기후변화의 잠재적 영향을 파악하고 적시에 적절한 대응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무엇보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유엔개발계획과 지구환경기금(GEF)의 지원 하에 그간 국내 및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해온 관련 활동들의 결과 및 실적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주요 내용으로는 2018년부터 2020년 기간 동안의 CO2 배출량 감소(1990년 대비 7.98%), 2019년 사르아르카 가스관 신설, 천연가스로의 에너지 전환(아스타나 화력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시설 조성, 2021년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참여 대비를 위한 환경법 채택, 2021~2030 녹색경제 활성화 계획안 발표, 2030 카자흐스탄 공화국 연료-에너지단지 개발안 채택 등이 조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