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어가 사람이었다면, 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연인을 만난 듯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나는 한국도, 한국어를 쓰는 친척도 없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나만 유일한 고려인이었고, 친한 친구도 없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을 언어에서 찾았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작은 채널을 발견하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첫사랑처럼, 새로운 단어 하나하나가 음악처럼 들렸고, 문법 규칙조차도 장애물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문을 여는 열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당시 한국 문화는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았고, 우리 학교에서는 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인프라, 교육 수준에 대해서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나 자신을 이해하게 해준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랑 이야기처럼 ‘허니문’ 기간이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글을 외우고 단어 몇백 개를 암기하는 것과 실제로 그 언어로 사고하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마치 연애에서 첫 설렘이 지나가고,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과 같았습니다. 나는 음악을 하고 있었고, 학교 생활도 바빠지면서 한국어는 잠시 뒷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나는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어를 바라보았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고, 체계를 세우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는 연애와 같습니다. 단순히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구의 격려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찾아야 합니다.
어학당에 갈 돈이 없다고 포기하는 대신, 나는 오히려 어학당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더 잘할 거라고 결심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나 스스로 최고의 선생님이 되기로 했습니다. 직접 학습 방법을 만들고, 목표를 설정하고, 발음을 연습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한국어 원어민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원어민의 리듬과 억양을 최대한 흉내 내려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것이 ‘쉐도잉’ (Shadowing)이라는 유명한 학습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직접 개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처음으로 TOPIK 시험을 치렀고, 6급을 받았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나는 이 결과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과 끈기로 이룬 성과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내게 묻습니다:
“어떤 교과서를 사용했나요? 어느 어학당에서 공부했나요?”
하지만 나는 늘 대답합니다. 교과서도, 어학당도 중요하지 않다고. 언어는 인터넷 사이트, 영화, 노래, 심지어 K-뷰티 제품 라벨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요.” 하지만 '열심히'라는 말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처음 TOPIK 시험 준비를 했을 때, 2주 동안 오직 시험 공부만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공부했고,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밥을 먹고 잘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한국어에 쏟았습니다. 그만큼 나는 한국어를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했습니다.
어릴 적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조롱과 외로움이 있었지만, 한국어 속에서는 따뜻함과 이해가 있었습니다.
나는 한때 글자 속에서 피난처를 찾던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어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승리입니다. 점수도, 자격증도 아닌, 내가 진정으로 나일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최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