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가 더 이상 일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될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착취와 차별, 제도적 보호 장치의 부재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제 한국 사회는 개혁과 외면 사이에서 중대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충격의 영상… 한국 사회를 뒤흔들다
최근 온라인상에 퍼진 한 영상이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영상에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벽돌더미에 묶인 채 재게차로 옮겨지며 조롱당하는 모습이 담겼고 주변 직원들은 이를 비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 한 남성은 피해자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며 조롱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약 5분간 끌려다닌 뒤 구토와 심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으며, 방송 인터뷰에서는 “마음이 너무 다쳤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몸이 안 좋으니까 병원에 갔다. 근육이 너무 아프니까”고 말했다.
이 사건은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됐고,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며 “이주노동자 학대 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남 나주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해자 처벌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수치”라고 평가했다.
고용허가제의 그림자… “주인과 하인 관계로 전락”
해당 사건은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EPS)’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외국인 노동자 권익 보호를 목표로 도입된 이 제도는 실제로는 이들이 고용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도록 만들며, 실질적인 ‘종속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의 김달승 목사는 “이 시스템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를 주인과 하인처럼 만들었다”며, 고용주가 폭력적이거나 착취적일 경우에도 노동자들은 비자 연장을 위해 이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노조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 역시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보복이 두려워 학대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못한다”고 전했다. 활동가들은 고용주 동의 없는 사업장 이동 허용과 지역 구속 조항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복되는 인권침해… 산업현장의 무관심과 침묵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인권 침해는 이미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E-9 비자를 소지한 이주노동자 중 31.2%가 차별을 경험했고, 이 중 대다수는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여성 노동자의 7.1%는 성희롱 피해를 호소했다.
산업재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7%에서 12.2%로 증가했으며, 2024년 기준으로는 한국인 노동자보다 3배 높은 사망 확률을 보이고 있다. 임금 체불 피해 규모도 연간 약 9,100만 달러에 이른다.
국제언론 Equal Times는 “한국에서는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문제 해결보다는 은폐 시도가 더 빈번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서울 북부의 한 수목원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보호 장비 없이 고목을 자르다 낙하물에 맞아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을 입었지만 관리자는 구급차 호출을 거부했다. 결국 동료 이주노동자가 직접 병원에 데려가 응급 수술을 받게 했다. 고용주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산재 보상 신청을 진행하며 경미한 타박상으로 허위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22년 서울 남부에서는 금속 부품이 한 이주노동자의 얼굴에 날아들며 한쪽 눈을 실명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기업은 한국어 책임 인지서에 서명할 것을 피해자에게 강요했으며, 피해자는 문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책임을 떠안을 뻔했다.
침묵의 사회가 맞이할 미래
유엔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불법체류자와 특정 국가 출신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치적 급진화를 부추기며, 극우 정당의 세력 확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 한국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인을 보호하자”는 구호가 등장하는 등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권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유입이 없었다면 한국의 인구는 이미 5천만 명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노동력 부족이 실질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노동력 1% 감소는 GDP를 약 0.59% 축소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매력 없는 노동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숙련된 노동력은 다른 나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 감소, 국제기구의 비판 수위 상승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유엔은 한국 정부에 인종 장벽 해소를 촉구하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주 정책, 한국 사회 성숙도의 시험대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더 이상 부차적인 사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 사회가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주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