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둑9단 프로기사 천풍조와 인터뷰
«세상살이가 바둑 한 판 두는 것과 같다»
바둑 (일번어: '고' 碁 ご, 중국어: 웨이치 (围棋, wéiqí; 영어로 Go, weiqi)은 두 사람이 흑과 백의 돌을 사각의 판 위에 번갈아 놓으며 집을 차지하는 것을 겨루는 놀이이며, 기원전 2000년에서 200년 사이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전략 보드게임이다.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바둑 두는 것을 즐겼다. 한국에서는 전국 바둑 대회가 열리며 지역 단위의 전통적인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유치원에서도 바둑반이 생겨나고 있다. 북한도 평양을 비롯한 각 도의 행정 중심지에는 ‘바둑관’이 설립되어 있으며, 학교 외 교육기관에서는 바둑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 바둑 기사들은 세계 바둑 선수권 대회와 기타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학교에서 바둑 수업이 채택 과목으로 도입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바둑 (고) 협회와 쿠난바예프 ‘바둑’ 학교도 운영되고 있다.
본지 <고려일보>를 방문한 천풍조 대한민국 바둑 9단 프로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바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언제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하셨는지?
저는 약 15살쯤 됐을 때 바둑을 알게 되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마침 그 당시에 우리나라 바둑 인구가 별로 없었어요. 그렇지만 러시아나 서양에서 체스처럼 바둑은 아주 정신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바둑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1968년에 프로기사가 돼서 한국기원에 입단했어요.
그리고 내가 이제 거의 마흔에 접어들 무렵인 1985년에 미국에서 열린 바둑 (Go)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어요. 그 때 많은 외국인들에게 바둑을 알리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세계적으로 바둑 보급화에 힘쓰고 있어요.
그런 결심을 하고나서 바둑 보급을 위해 해외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1991년, 러시아에서 페레스트로이카 (개혁)가 일어난 후, 러시아 바둑 협회에서 개최한 대회에 초청을 받았어요. 당시 대회는 모스크바 – 카잔 –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볼가강 유람선에서 10일 동안 진행되었어요. 그렇게 저는 1991년6월, 처음으로 러시아에 가게 되었어요.
물론 당시 러시아에서 바둑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선수들의 실력도 미흡했어요. 그러나 저는 그 가능성을 보았고 그 이후로 자주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었어요. 한국의 후원자들을 끌어들여 러시아 바둑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재능 있는 선수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바둑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현재 러시아 바둑 협회는 크게 발전하여 매년 500개의 대회가 열리고 있어요. 즉,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마다 경기들이 진행되며, 한 도시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수십 개의 도시에서 대회가 개최되고 있어요. 이를 보며 저는 큰 자부심과 기쁨을 느낍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바둑이 비교적 최근에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이곳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있어요.
- 바둑을 시작하신 시기가 한국이 힘든 시기였죠. 내전이 막 끝난 때였는데, 왜 바둑을 포기하지 않으셨나요?
바둑은 그 자체로 굉장히 재미있고 사람에게 삶의 교훈을 줍니다. 그래서 바둑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세상살이가 바둑 한 판과 같다고들 하는데요, 바둑 속에는 전투와 방어, 공격, 인내가 모두 담겨 있어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 하죠. 참을 때는 참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는 나서야 하고, 언제나 상황에 맞게 행동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만듭니다. 바둑을 두다 보면 자신의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어요. 잘못된 점들이 바둑을 통해 드러나고 이를 고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 바둑을 둘 때나 제자들에게 가르치실 때 어떤 철학으로 하나요?
제가 바둑을 둘 때는, 프로 리그에 속해 있으니까 당연히 상대도 프로 기사입니다. 그럴 때의 철학은 단 하나죠 –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들이나 바둑을 좋아하는 아마추어들과 두는 경우에는 이 게임이 아이들의 성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해요. 바둑에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안 되고, 모든 깃이 사람의 삶과 같죠.
그러니까 바둑을 통해 “아, 내가 성격이 좀 급하구나”라고 깨닫고 “이를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바둑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들의 경우, 부모님들이 아이의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운동을 시키려고 하죠. 이것은 아주 옳은 일이에요.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부모님들이 저에게 “왜 아이가 바둑을 둬야 하나요”라고 묻곤 했어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만약 아이가 5살인데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고 집중하지 못하면, 당연히 대회에서 지겠죠. 그러면 아이는 울게 되고, 바둑을 더 이상 두고 싶지 않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프로가 되길 원한다면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법,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바둑은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아이의 성격을 단련시키고 그를 성장시킵니다. 부모님들이 지금은 아이를 도와줄 수 있지만, 대국할 때 대신 둘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아이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죠. 아이가 정말로 이기고 싶어 한다면 말입니다.
물론 아이가 바둑을 단순한 놀이로 생각해도 괜찮아요. 저도 아직 마음은 아이 같아서 어린이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웃습니다).
- 21 세기에 들어서 인공지능 AI, 알파고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둑 기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지금은 인공지능이 매우 발달해서 이제는 사람보다 더 잘 두는 수준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요즘 대회장에 가면 선수들이 휴대폰이나 다른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 혹시 AI로 연구할까 봐서 말이죠. 대회에서는 오직 사람끼리만 해야 하고, 규정도 매우 엄격해졌어요.
로봇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설계디면 인간이 따라갈 수 없죠. 그래서 로봇과 인간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어요. 로봇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기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지 참고 자료로만 쓸 수 있는 겁니다. 요즘은 로봇이나 AI가 무엇이든 검색하면 금방 답을 찾아내잖아요. 지금은 사람이 못하는 것도 로봇이 AI로 다 처리하는 그런 세상이니까, 인간은 인간대로의 길이 있는 거죠.
- 9단 프로기사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있었나요?
제 인생에서는 저는 원래 어릴 때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바둑을 두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바둑이 제 직업이 되어버렸죠.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도 프로 바둑 기사로서 많은 좋은 일들을 해왔기에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말하자면 러시아만 해도 그 당시 제가 보급을 많이 해서 지금 러시아 바둑이 크게 성장했잖아요. 그것이 저에게는 보람 있는 좋은 일이죠. 그렇지 않나요?
- 카자흐스탄에서 바둑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나요? 어떻게 여기 오게 되셨나요?
카자흐스탄에서 바둑은 비교적 최근에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 바둑협회와 쿠난바예프 바둑 학교 (Kunanbaev Go school)가 운영 중이고,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정규 수업과 선택 과목으로 바둑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쿠난바예프 바둑 학교의 초청으로 이번에 심판 자격으로 왔습니다. 9월6일부터 8일까지 “8개의 호수” 휴양지에서 열린 대회에서 심판을 맡았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온 선수들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온 선수들도 참가했습니다.
쿠난바예프 바둑 학교에는 350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죠. 또한 카자흐스탄에는 자체 국가 대표팀이 있어 매년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의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제 이번 방문이 카자흐스탄에서 바둑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바둑은 셀 수 없이 많은 수와 다양한 수순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지능 발달에 가장 좋은 게임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과거에 많은 장수들이 바둑을 두면서 지혜를 키우고 전략과 전술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바둑은 알츠하이머를 예방하고 젊음을 오래 유지하게 해 줍니다.
한국 속담에 “신의 바둑을 두는 동안 도낏자루는 썩어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카자흐스탄 국민들도 바둑을 사랑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