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인구의 증가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카자흐스탄 내 연금수령 인구는 2백 40만 5천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의 월 평균 수급액은 13만 1천 872텡게로 구소련권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나, 이러한 연금만으로 자국 내에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학자인 아이게림 자큽벡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이례적인 베이비붐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카자흐스탄 속 사회의 이면에 감춰진 고령화 문제와 노인층의 빈곤율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들이 보다 향상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등에 대해 들어본다. 본 인터뷰는 카자흐스탄 매체 Informburo.kz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해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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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카자흐스탄의 인구 변화 추이에는 어떠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나요?
— 근래의 국내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여러 흥미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우선 카자흐스탄 공화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카자흐스탄 인구는 지난 2009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2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성비 면에서는 여성 인구가 전체의 51.4%로, 과거와 다름없이 남성보다 많고요. 다만 36세 이하의 연령 집단 중에서는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많으며, 37세 이상 연령대에서부터 여성의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지는 양상이 특이 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연령계층별 인구구조의 변화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인데, 정부의 최신 인구총조사(2021년 실시) 통계를 살펴보면 그동안 0세~14세 사이의 연령대에 해당하는 유소년인구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이루어졌던 인구총조사 당시에는 해당 연령 집단에 속하는 인구가 총 390만 명으로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의 24.1%였던 것에 비해 이제 그 수는 29.4%에 해당하는 56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32세로 집계되고 있고요.
— 그렇다면 지역별 고령인구 현황은 어떤가요?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인구 고령화에 대한 전망은?
— 현재 통계상으로 나타난 수치로만 따진다면 카자흐스탄은 ‘젊은 국가’로 칭할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또한 존재하지요. 그것은 바로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속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 속에서 카자흐스탄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인데요. 어느덧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백 60만 명을 돌파했어요. 이는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의 8.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오늘날 유엔이 정해 놓은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대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상회하는 나라는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됩니다.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국가’가 되는 것이고요. 이로써 결론은 이미 우리 카자흐스탄도 명백히 ‘고령화가 진행 중인 나라’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나아가 2030년께에는 카자흐스탄 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중이 10%에서 15%까지 증가하게 될 전망입니다.
지역별로 특정 연령계층의 비중이 두드러지는 것과 관련해 언급하자면 2021년 실시된 인구총조사 통계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90세 이상 연령대의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동카자흐스탄 주, 미성년 인구의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투르케스탄 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카자흐스탄의 ‘노령화지수(15세 미만의 유소년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는 전년도 대비 1.3% 증가한 29.5%를 기록했어요. 풀어 말하면 우리나라의 15세 미만 어린이 100명 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9.5명이라는 것이죠. 5년 전인 2019년에는 해당 지수가 26.5%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동안 수치가 눈에 띄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농촌지역(25.8%)보다 도시들(32%)에서 노령화지수가 더 높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사항이고요.
— 고령인구의 증가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 저는 사회학자로서 노년층이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근로활동이나 교육 등에 대한 접근에 제한을 받는 현상을 일컫는 이른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개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입장에서 오늘날 고령인구가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국가경제의 전반적 안정화를 이루고 경제발전에 대한 방해요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금수령자 1명 당 4명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보장제도-특히 연금 및 의료혜택-에 지출되는 국가예산 규모는 늘어나게 되는 반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와 생산성은 감소하게 되지요.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재정에 대한 압박 가중은 물론, 생산가능인구를 구성하는 국민들에게도 과중한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입니다.
— 말씀하신 문제를 특정 사례에 빗대어 설명해주신다면?
— 간단한 예를 들어볼게요. 신체활동의 제약 등으로 상시적으로 병상에 있어야 하는 독거노인들에 대해 정부는 기본연금 및 각종 보조금 외에도 간병인력까지 국가예산을 통해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결국 고령인구의 증가는 연금제도의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대두시키고 정부로 하여금 국민의 불만과 사회적 분란 속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의 상향조정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상황까지 야기시킨다는 것이죠.
특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회구성원들과는 달리 노년층은 대체적으로 수입 수준이 낮은 계층에 속하는데다 가진 돈의 대부분을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관련 서비스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러한 계층이 확대된다는 것은 곧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소비활동의 저하와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정부로서는 이렇게 늘어난 사회복지 관련 예산의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세금을 전보다 더 많이 걷어들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또다시 사회 전반에 걸쳐 근로의욕 저하와 투자심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중인 국가’들에서는 불어난 연금 적자, 그리고 보건의료 및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국가부채 또한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요.
현재 카자흐스탄 내 지역별 인구 고령화 현황을 살펴보면 북카자흐스탄 주에서 가장 높은 노령화지수(72.9%)가 나타나고 있으며, 동카자흐스탄 주 및 코스타나이 주가 각각 노령화지수 71.8%, 62.1%로 2,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령화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망기스타우 주로, 이곳에서는 유소년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3명 꼴입니다. 이외에도 투르케스탄 주(14.9%)와 심켄트 주(15.3%)도 상대적으로 낮은 노령화지수를 보이고 있고요.
— 오늘날 카자흐스탄 내 고령층에게 있어 수명 증가 및 삶의 질 향상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그간의 연구조사 결과와 개인적인 추측에 근거해 말씀드린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노년층은 대개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시선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마치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능성·잠재성, 그리고 활용가능한 자원마저 완전히 소실해버린 존재인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젊은이들만이 사회의 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동력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반면 노인층은 사회복지 혜택만을 챙기는 존재로 여기고 있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통념을 바로잡을 때가 왔다고 봅니다.
시니어 계층은 풍부한 인생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카자흐스탄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어요. 노년세대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다양한 현대 사업에 적극 적용하고, 이들을 사회・경제적 프로세스에 참여시키며 스스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 그렇게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과 더불어 보건의료 및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지출 감소 또한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년층의 활발한 사회참여는 개인건강과 삶의 질적 수준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요.
— 카자흐스탄에서는 현재 노년층을 대상으로 어떤 종류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나요?
— 오늘날 국내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복지 프로그램으로는 국가연금과 적립연금, 그리고 노년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혜택 등이 있어요. 이 밖에도 치료나 주거환경 개선 등과 같이 그때 그때 발생하는 고령자들의 수요 충족을 위한 단발성 지원금 지급 프로그램이나 의료기관 내 무상 의료지원 등의 혜택 등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건강장수 지원 센터로 불리는 건강증진 및 여가복지 지원 기관들이 대도시들은 물론 국내 각지의 지방중심도시들에서도 운영되며 노년층을 위한 복지 혜택에 일조하고 있지요. 또한 근래 연금 수령자들 사이에서는 요양원 시설에서 건강관리를 받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어요.
— 오늘날 국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 무엇보다 시니어 계층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 체계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예컨대 오늘날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청년은 곧 국가의 미래다’ 류의 슬로건들은 노년층으로 하여금 ‘당신들의 때는 이미 지나갔으니 이제 젊은이들에게 길을 양보하시오’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게끔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자칫 이러한 뉘앙스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사회적 메시지들을 대대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제는 연금 수령자가 된 노년층들이 스스로에 대해 ‘흘러간 역사의 일부분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지요.
노년층은 일생 동안 축적해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창출해 낼 수 있으며 젊은이들의 멘토, 그리고 후세대에 계승될 민족의 지혜와 정신적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요소인 ‘민족 문화의 형성’에 있어 어르신들의 역할은 실로 중대하지요. 시니어 계층을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의 삶의 활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가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이는 후에 반드시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사회·경제적 변화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디지털·사회복지 등의 인프라 기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합니다. 아울러 노인들을 위한 사회보장 및 교육 프로그램, 여가복지시설 등의 개발 및 신설을 확대하고 이들의 주거 환경을 비롯한 삶의 질 향상에도 힘써야 하고요. 나아가 고령층이 필요로 하는 각종 법률 상담 등을 적기에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이들을 돌보는 간병인력 및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업무지원과 교육수준 향상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시니어 계층에게 경제적 안정과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나아가 이들의 활발한 사회활동 참여 또한 이끌어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원글: 사낫 우르날리예프/Kazinformburo.k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