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공조를 통해 말라가는 내륙해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6월 17일, 여름의 길목에서 되새기는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매년 돌아오는 6월 17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World Day to Combat Desertification and Drought)’이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채택된 것을 기념해 제정된 이 날은 본격적인 무더위와 가뭄이 시작되는 6월의 길목에서 대지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책임을 되새기는 기점이 되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생태계 재앙의 현장으로 꼽히는 중앙아시아의 내해(內海), ‘아랄해(Aral Sea)’의 현실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과거 세계 4위 규모의 거대 내륙호였던 아랄해는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의 여파로 현재 원래 면적의 10% 남짓만 남은 채 소금 먼지가 날리는 황무지로 변모한 상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 처참한 생태적 비극 속에서도 최근 수년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후유증 극복을 위해 북아랄해 수량 복원과 대규모 환경·수자원 절약 프로젝트를 공동 이행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진행된 아랄해의 수량 변화
본지는 지난 5월 1일 자 지면을 통해 올해 4월 말 아스타나에서 열린 ‘2026 지역 생태 정상회의(RES2026)’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당시 중앙아시아 각국은 아랄해 생태계 보존과 녹색 성장을 기치로 역내 공조 체계를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공동의 포부를 밝혔다. 해당 회의에서는 아랄해 인근 크즐오르다주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안을 비롯해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세계보건기구(WHO) 간 위기 대응 다자 공조 체계 구축 등 총 세 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 핵심 결과물들은 역내 연대의 방향성을 더욱 견고하게 지탱하는 실천적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과 이틀 전이었던 6월 17일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을 거치며, ‘RES2026’에서 확립된 다자 공조의 토대는 한층 더 무거운 시의성을 갖게 됐다. 이에 본지는 현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현재 역내 전역에서 전개 중인 아랄해 복원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복기하고, 그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과제를 짚어본다.
국경 없는 위기, ‘아랄해구제국제기금(IFAS)’으로 맞서다
세계 4대 내해/내륙호 중 하나였던 아랄해가 사막화의 비극을 맞이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일이다. 재앙의 단초는 1960년대 소비에트 정권의 무분별한 관개 정책이었다. 당시 당국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일대의 광활한 영토를 면화 재배용 관개농지로 전환하기 위해 아랄해의 핵심 수원(水源)인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물길에 대대적으로 인위적인 손길을 가했다. 유입 수원이 차단되면서 아랄해는 급격히 메마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1960년 당시 면적 6만 8천 ㎢, 수심 20~25m에 달했던 아랄해는 1987년 무렵 면적 4만 1천 ㎢, 수위는 12m 수준으로 낮아지며 전체 면적의 40%가 고갈되기에 이른다.
급격한 수량 감소는 고스란히 수질 파괴로 이어졌다. 염분과 광물질 함유량이 폭등하면서 철갑상어, 잉어 등 주요 어종이 절멸했고, 이는 연안어업을 비롯한 역내 관련 산업의 도산으로 직결됐다. 아랄해의 소멸은 기후 체계마저 뒤흔들었다. 여름에는 극심한 폭염이, 겨울에는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고착화됐다. 이 같은 연쇄 작용으로 주변 생태계가 처참히 붕괴한 가운데, 매년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치명적인 소금 먼지 폭풍은 지금까지도 역내 주민 수백만 명의 호흡기와 건강을 위협하는 실존적 재앙으로 남아있다.
개별 국가의 독자적인 대응만으로는 이 거대한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은 결국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을 하나의 연대체로 묶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1993년 ‘아랄해구제국제기금(IFAS)’을 공식 출범시킨 이래, 공동 생태 복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수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정책 조율을 지속해 왔다.
특히 지난 4월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RES2026’의 일환으로 진행된 ‘IFAS 회원국 정상회의’는 역내 공조 체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분수령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은 구시대적인 수자원 관리 체계를 과감히 탈피하고,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수자원 계량 메커니즘’을 도입하기로 뜻을 모으며 이른바 ‘아스타나 선언(Astana Declaration)’을 채택했다. 국가 간 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수량 측정 문제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해결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아울러 공동체는 매년 3월 26일을 ‘아랄해 및 아무다리야·시르다리야강의 날’로 제정하는 데 합의했다. 연례 기념일 지정을 통해 역내 연대 의식을 상시 고취하는 한편, 아랄해 비극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환기하겠다는 구상이다.
북아랄해를 ‘절망의 바다’에서 ‘생명의 터전’으로 되살리고 있는 카자흐스탄
현재 아랄해 복원 사업에서 가장 선도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는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2005년 세계은행(World Bank)과 손잡고 ‘시르다리야강 수로 조절 및 소(小)아랄해(북아랄해) 구제 프로젝트’를 단행하며 역사적인 ‘코카랄 댐(Көкарал бөгеті/Kokaral Dam)’을 건설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증발하던 북아랄해의 수위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고, 심각한 수준이던 염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댐 건설 전 18.9㎦에 불과했던 수량은 23.5㎦까지 늘어났고, 수역을 각종 어류를 비롯한 생태계 구성원들이 다시 채우면서 완전히 붕괴했던 지역 어업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는 자연히 인근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사회경제적 환경 개선으로도 직결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제2단계 프로젝트’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카랄 댐을 대대적으로 보수·확장해 수위를 끌어올림으로써 장기적으로 북아랄해의 수량을 34㎦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오늘날 국제 학계와 환경 전문가들은 이 소아랄해 복원 프로젝트를 두고 구소련 지역 전체를 통틀어 ‘국지적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가장 기념비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는다.
나아가 카자흐스탄은 자국의 성공 경험을 중앙아시아 전체로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역내 국가들이 공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디지털 수자원 계량 시스템’ 도입을 주도하는 한편, 글로벌 환경 기금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견인하며 명실상부한 ‘역내 환경 외교의 중추’ 역할을 확고히 하는 모양새다.
사막화된 아랄해 바닥의 녹지화에 주력하는 우즈베키스탄, 빙하 보존에 나선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이 북아랄해 수역의 수량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면, 아랄해의 핵심 수원인 아무다리야강 최하류에 자리한 또 다른 하류국 우즈베키스탄은 ‘사막화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메마른 아랄해 바닥에 형성된 거대한 소금 사막인 ‘아랄쿰(Orolqum choʻli/Aralkum Desert)’을 푸른 숲으로 변모시키는 조림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 중이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최근 수년간 축구장 수백만 개 규모에 달하는 2백만 헥타르 이상의 황무지에 사막 기후에 특화된 ‘삭사울(Saxaul)’ 나무 등을 집중 식재했다. 이 거대한 ‘녹색 방파제’는 토양을 고정해 치명적인 소금 먼지 폭풍의 발원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역내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실질적인 공조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됐다. 우즈베키스탄의 주도적 제안에 따라 UN 총회는 아랄해 연안 지역을 ‘생태적 혁신 및 기술 지대’로 특별 지정했다. 나아가 현재는 ‘UN 아랄해 인간안보 다자파트너 신탁기금(UN MPHSTF)’을 매개로 역내 보건 환경 개선과 사회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민생 지원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한편 아랄해와 직접 접경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핵심 근원인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이 발원하는 상류국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시선은 ‘산과 빙하’로 향한다. 역내 수자원의 공급원을 쥐고 있는 이들 두 국가는 아랄해 문제를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고갈’이라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시르다리야강으로 흘러드는 수원의 근간인 천산산맥 빙하 보존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산악 보존 의제’를 주도하며 관련 인프라 현대화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아랄해구제국제기금(IFAS)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으나, 역내 물·에너지 안보를 위한 다자간 대화의 끈은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아무다리야강 수량의 60%를 발원시키는 타지키스탄 역시 파미르 고원의 빙하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강력한 ‘수자원 외교’를 펼치는 중이다. 특히 타지키스탄 정부의 제안에 따라 UN은 지난 2025년을 ‘세계 빙하 보존의 해’로, 매년 3월 21일을 ‘세계 빙하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이들 상류국은 아랄해 생태 복원을 위한 수량 방류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국의 생존이 걸린 ‘에너지 안보(수력 발전)’의 중요성과 하류국들의 농업용수 수요가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기술적 응전, 그리고 글로벌 사회의 연대
아무다리야강을 이웃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경선을 따라 끼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수자원 이용의 효율화’를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농업용 배수를 방류하지 않고 전량 수거해 재활용하는 대규모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식물 뿌리에만 제한적으로 물을 공급해 증발량을 최소화하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 등 고도화된 절수 기술을 자국 농가에 적극 보급하고 있다. 나아가 과거 아랄해구제국제기금(IFAS) 의장국(2017~2019년) 역임 당시에는 역내 5개국의 장기 마스터플랜인 ‘제4차 아랄해 지원 행동 프로그램’ 수립을 주도적으로 조율해 내며 역내 공동체의 정책적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 각국의 주도적인 자구책이 맞물리면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체계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아랄해 문제는 이미 특정 지역의 국지적 현안을 넘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전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랄해 복원 사업에는 UN과 세계은행(World Bank)을 필두로 유럽연합(EU), 아시아개발은행(ADB), 유엔개발계획(UNDP),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독일국제협력공사(GIZ) 등 글로벌 기관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다각적인 프로그램은 노후 인프라 현대화부터 절수 기술 보급, 환경 모니터링, 과학적 공동 연구 및 접경 지역 협력 증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소아랄해 복원의 가시적 성과와 현지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은 바로 이 같은 국제사회의 유기적인 다자 공조가 뒷받침된 결과다.
당사국들 간 ‘동상이몽’ 방지… ‘에너지와 농업 간 균형점’이 관건
그러나 이 같은 전방위적 공조에도 불구하고 아랄해의 온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갈수록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영구빙하의 감소,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용수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아랄해 문제는 물론, 역내 전체 수자원 고갈을 재촉하는 거대한 암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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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전문가들은 아랄해 위기를 단순한 ‘자연보호’의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톨론베크 압디로프 키르기스스탄국제대학교(IUK) 경제학 박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랄해 위기는 이미 오래전에 순수한 생태학적 영역을 넘어섰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경제 전반은 물론 식량 안보, 주민 보건, 나아가 중앙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안정성까지 뒤흔드는 종합적인 생존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압디로프 박사는 “최근 역내 국가들이 아랄해구제국제기금(IFAS)을 중심으로 공조를 강화하는 흐름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철저하게 자국의 실리에 기반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향후 연대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상류국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수자원을 겨울철 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 안보(수력발전)’의 핵심 자산으로 여기는 반면, 하류국인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은 여름철 농사를 위한 ‘농업 안보(관개용수)’로 물을 바라본다”고 설명하면서 “이 상충하는 두 가지 핵심 이익 사이에서 정교한 타협점과 상생의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말라가는 아랄해를 살리고 중앙아시아의 공존을 담보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인구 폭발… ‘각자도생’ 아닌 ‘지속 가능한 공존’으로
수자원 전문가들은 아랄해의 진정한 부활과 역내 기후 위기 극복은 중앙아시아 5개국의 공조가 단순한 ‘제도’를 넘어 ‘과학적·실천적 영역’으로 얼마나 더 깊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기후변화가 중앙아시아 수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추적해 온 수문학자 굴바라 오모로바 연구원은 “아랄해의 미래는 인간의 관리 능력을 넘어 ‘천산산맥과 파미르고원의 빙하 상태’라는 대자연의 변수에 직결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그녀는 “장기적으로 기후 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빙하 고갈은 핵심 수원인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의 근본적인 유량 체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 같은 상황은 역내 국가들의 생존이 걸린 수자원 확보 전반에 필연적이고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경을 초월한 공동 과학 연구와 실시간 기후 데이터의 투명한 교환, 그리고 빙하 모니터링 시스템의 긴밀한 통합만이 다가올 초대형 환경 재앙을 막을 유일한 예방책이라는 것이 오모로바 연구원의 진단이다.
지난 30년간 중앙아시아 5개국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소련 해체 직후 이들은 한때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날 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아랄해를 기적적으로 되살려낸 카자흐스탄의 코카랄 댐, 황무지를 초록빛 방파제로 채운 우즈베키스탄의 2백만 헥타르 조림 사업 등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앙을 함께 손을 잡으면 되돌릴 수 있다’는 연대의 실질적 효능감을 증명해 냈다.
이제 아랄해는 단순한 ‘환경 재해의 현장’에 머물지 않는다. 빙하 감소와 기후 역습, 인구 증가와 농업 고도화라는 복합적 위기가 맞물린 중앙아시아 최대의 ‘지정학적·전략적 시험대’다. 6월 17일 ‘세계 사막화 및 가뭄 방지의 날’을 맞이한 지금, 말라붙은 내륙해의 운명은 중앙아시아가 과연 얼마나 더 단단하게 결속하여 행동할 수 있는가에 직결되어 있다. 국경을 넘어선 ‘푸른 연대’만이 아랄해 수계, 나아가 중앙아시아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마지막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