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 2026’, 아랄해 위기 극복과 역내 보건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2026 지역 생태 정상회의(Regional Environmental Summit, RES 2026)’가 개최되었다. 지속 가능한 수자원 관리와 그린에너지 및 친환경 기술에 관한 공동 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본 행사에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5개국(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몽골 등 주변국의 대표들, 그리고 전 세계 30여 개국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며 성황을 이뤘다.개최 첫날인 22일에는 아랄해 고갈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목적으로 한 특별 세션이 열렸다. 본 행사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사무처의 기후·보건 부문 대표 롭 버틀러(Robb Butler)가 좌장을 맡았다.
롭 버틀러 대표는 토론을 시작하며 당일 ‘RES 2026’ 개회사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미래 세대를 위한 존엄성’에 대해 상기시켰다. 그는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건강과 웰빙이라는 화두가 토카예프 대통령이 언급한 공동체의 가치 및 미래 세대의 존엄성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고 평가하면서 “본 세션에서는 카스피해와 아랄해 유역의 변화가 인류의 삶과 미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그는 전날 세계보건기구 대표단과 함께 크즐오르다주를 직접 방문하여 아랄해 인근 실태를 시찰했음을 밝히면서 대표단을 환대한 지역 당국에 감사를 전하는 한편 환경 문제의 실질적 규모를 파악하는 데 있어 이러한 현장 방문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랄해의 고갈이 초래한 결과들
토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롭 버틀러 대표는 먼저 아랄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생태적 변화의 현황과 그것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후유증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인류는 지난 40~50년 사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생태 위기 중 하나를 경험했다”면서 본래 크기의 10% 수준으로 축소된 아랄해의 현황을 상기했다. 특히 그는 “한때 물에 잠겨 있던 약 6만 8천 ㎢의 면적이 사막으로 변해버리면서 지층에 축적되어 있던 살충제, 중금속 및 염분 등이 공중으로 비산되어 이를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들이마시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롭 버틀러 대표는 이것이 단순한 생태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의료적 위기로 귀결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지역의 경제, 생활환경,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오늘날 해당 지역의 환경 문제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구 자료를 인용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랄해 인근 주민들의 암과 호흡기 질환 발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아동 인구의 최대 50%가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의 빈혈 수치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아 여성은 2.7배, 아동은 약 2.5배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임산부 인구의 최대 85%는 빈혈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층의 유해물질로 인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책과 관련하여 그는 먼지 발생을 억제하고 생태계 복원에 기여하고 있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공동 ‘삭사울(Saxaul, 초원·사막 등 건조지대에서 자생하는 중앙아시아 원산의 수종) 식재 프로젝트’ 등을 언급하며 현재 지역 차원에서 시행 중인 실질적인 적응 조치들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삭사울 한 그루 당 최대 7~8톤의 부유 먼지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프로젝트는 현재 아랄해 인근 국가들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이고 생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한편 롭 버틀러 대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랄해 북부의 부분적 복구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러한 노력이 단순한 수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생물 다양성부터 주민의 삶의 질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랄해 고갈로 누적된 환경 위기에 대응하고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공동 로드맵을 수립 중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로드맵에는 수질 개선과 대기 모니터링 강화, 의료 인프라 확충 및 독성·독물학 센터 설립 등과 더불어 환경 오염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바이오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등 종합적인 솔루션이 포함될 예정이다.
아랄의 교훈을 카스피해로
이어 롭 버틀러 대표는 환경 문제의 주제를 카스피해로 전환하며 “아랄해의 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이 현재 카스피해 지역의 현황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내륙해인 카스피해에는 오늘날 카자흐스탄,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지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복지가 달려 있다”고 운을 뗀 뒤 “이처럼 인류에게 중요한 생물 자원의 원천이자 여러 공동체의 번영을 뒷받침하는 기반인 이 바다는 현재 오염, 기후 변화, 수위 변동과 관련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롭 버틀러 대표는 해당 지역에서 이러한 과정의 후유증이 오래전부터 포착되어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극한 기상 현상의 강화, 수위 저하, 그리고 생태계에 가해지는 부담의 증가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이곳에서는 물개들을 포함한 서식동물들의 집단 폐사, 주민들 사이에서의 각종 질병 발생률 증가 등 생태 변화의 결과들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호흡기 관련 질환이 두드러지며 기타 질환들의 전반적 발병률과 사망률 또한 상승하고 있는 추세”라고 알렸다.
롭 버틀러 대표는 카스피해 지역 내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현재 UN 플랫폼을 통한 이니셔티브와 환경·보건 공동 모니터링 프로그램 등 국가 및 국제적 차원에서의 지역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근 카자흐스탄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내 공기 질 개선 프로젝트와 환경·바이오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사업 등을 추진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를 통해 카자흐스탄이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 차원에서 기여하고 있는 공로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본 세션에서 전반부 진행을 마무리하며 롭 버틀러 대표는 “본 사안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국제사회는 생태 위기 해결에 대해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이니셔티브의 중심에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매일 일상 속에서 이러한 변화의 후유증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아랄해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점과제
다음 스피커로 나선 아이다 발라예바(Аида Балаева) 카자흐스탄 공화국 부총리 겸 문화정보부 장관은 아랄해 인근 지역 생태 복원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그녀는 “아랄해 위기는 중대한 교훈이 되었다. 특히 이는 정치적 의지와 과학적 접근, 그리고 국제적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큰 규모의 재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아랄해 문제와 관련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에 대해 알리는 순서를 가졌다.
발라예바 부총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아랄해 인근 지역에서는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빈혈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여성과 아동 인구가 가장 취약한 상태다. 특히 과거 바다와 가장 인접했던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아동 빈혈 유병률이 62%에 달할 정도로 인근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발라예바 부총리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건 시스템과 사회적 지원 차원에서의 맞춤형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전하면서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영양 상태 개선, 수질 향상, 의료 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에 있으며, 인프라 확충과 1차 의료 체계 강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위기해결을 향한 협력의 중요성
이어 또다른 연사로 나선 카트린 야코브스도티르(Katrín Jakobsdóttir) 전(前) 아이슬란드 총리는 앞서 롭 버틀러 대표가 언급한 세계보건기구(WHO) 대표단의 아랄해 지역 시찰에 동행했던 소회를 공유했다. 그녀는 “기후 및 보건 분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연구와 실질적 조치를 병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에 수립될 위원회의 권고안을 통해 아랄해 인근 국가들에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야코브스도티르 전 아이슬란드 총리는 예로부터 자연과 밀접하게 유대하면서도 그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명확히 인지하며 살아온 아이슬란드인들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자연과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자신의 마무리 연설에서 본 행사 참석자들이 위기 극복을 향한 연대 의지를 보여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아랄해 위기를 ‘환경과 웰빙 사이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랄해는 단순히 생태학적 비극에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인류 건강의 위기”라고 상기시켰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빈번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에 바로 ‘건강’이야말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적인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하면서 아랄해 지역 주민들의 보건 문제를 기후 정책에 통합하고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역내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롭 버틀러 세계보건기구 유럽 지역 사무처 기후·보건 부문 대표와 마찬가지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또한 “모든 해결책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하며, 위기 대응에는 공동체의 신속한 협업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2026 지역 생태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환경 및 보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총 세 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첫 번째는 카자흐스탄 공화국 보건부·세계보건기구 유럽 지역 사무처·아티라우 주정부 간의 협약으로 카스피해의 환경 변화가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공동 연구를 골자로 한다. 두 번째 협약은 카자흐스탄 공화국 보건부·세계보건기구 유럽 지역 사무처·크즐오르다 주정부 간에 체결되었으며, 아랄해 인근 주민들의 보건의료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및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사무처가 아랄해 인근 지역의 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간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체결한 협약이다.
지난 4월 22~24일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지역 생태 정상회의(Regional Environmental Summit, RES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