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카자흐스탄에서 알레르기는 국민 사이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질병인 동시에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도시화된 생활환경, 생태계 오염, 각종 생활용품 속 화학성분 등에 상시적으로 노출됨으로 인해 알레르기와 관련된 여러 질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만성 알레르기 환자들은 물론, 경험이 전무했던 이들까지 관련 증상을 겪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를 통해 해당 문제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알레르기’라는 현대인의 질병
현재 카자흐스탄 알레르기·면역학·면역재활학회 명예회장이자 카자흐 국립 의과대학교 일반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타이르 누르페이소프(Таир Нурпеисов) 알레르기·면역학 의학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 알레르기 관련 질환들이 본격적으로 대중 사이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한 때는 20세기 중반 무렵으로, 그 전까지 흔히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던 여러 박테리아성 질병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근대 들어 항생제의 등장과 소독제의 보급, 위생관념의 대중화 등으로 기존의 박테리아성 감염병들의 발병률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들이 늘어났지요.”
누르페이소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 유럽,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도시 생활권 내 알레르기 환자들의 비율이 40~50%에 달하고 있는데, 이제 카자흐스탄도 그 수치를 따라잡고 있는 추세다.
알레르기라는 질병은 점차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와도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의 경제,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알레르기 발병률 또한 그와 함께 상승하는 셈이다. 누르페이소프 박사는 “그와는 반대로 오늘날까지도 위생 개념의 수준이 낮고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국가들이나 박테리아성 감염병이 흔하게 발생하며 항생제, 백신 등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국가들에서는 알레르기 관련 질환들이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처럼 유독 ‘문명화된’ 사회에서 높은 빈도로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각종 화학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꼽는다. 특히 그는 오늘날 ‘화학 화합물’이 음식, 물, 대기, 토양, 의류, 위생용품, 각종 세척제 등 인간의 생활권 전반에 걸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심지어는 사람의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영양제까지도 대다수의 경우 화학적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매일같이 수많은 종류의 물질들과 접촉하는데, 이 과정에서 드물지 않은 빈도로 이상 반응을 나타내게 됩니다. 이는 오늘날 알레르기 관련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고요.”
생활환경의 ‘도시화’는 알레르기 발병에 어떻게 일조하는가
카자흐스탄은 비교적 단기간 내에 농업 기반 사회에서 급격한 도시화를 이룬 산업 국가로 변모했다. 바로 이러한 변화 또한 알레르기 질환 급증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누르페이소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알레르기는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질환이기는 하나, 대도시권에서 생활하는 젊은층 사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카자흐스탄 인구의 70% 가량이 도시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도시화 과정과 인구 과밀을 겪고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방식이 변화하면서 소위 ‘도시병’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알레르기인 것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강했던’ 사람들마저도 대도시로 이주해간 이후부터는 대기오염, 초미세먼지, 화학물질 등 그 새로운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단기간 내에 신체적인 건강 악화를 겪으며 알레르기 환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카자흐스탄 내 알레르기 환자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누르페이소프 교수는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발병률과 관련하여 그 어떤 공식적인 조사 및 통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국내 알레르기 환자들은 스스로 치료를 시도하거나 알레르기 관련 전문의가 아닌 이비인후과, 피부과, 호흡기내과 등 타 부문 의료인들에게 상담 및 치료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결핵, HIV, 종양 등과 같이 증상이 뚜렷하고 조사 및 기록이 용이한 질병군에 대해서는 정부의 관리 하에 통계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알레르기 관련 질환의 경우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알마티 시청 측에서도 알마티 거주자들의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 현황 관련 통계를 요청하는 언론사들의 문의에 “관련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며 “오늘날 그 어느 나라에서도 전체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에 대한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알레르기성 천식’만 공식 질병 통계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가 전자보건의료센터(Республиканский центр электронного здравоохранения) 알마티 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기한 것처럼 현재 알레르기 질환 중 유일하게 국가 질병관리 통계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알레르기성 천식’의 환자 수는 알마티 내에서 지난 수년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2020년 4,458명 ▴2021년4,961 명 ▴2022년5,765명 ▴2023년 6,373명 ▴2024년 6,820명 ▴2025년(1월~10월) – 7,378명). 카자흐스탄 공화국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35%(550만 명)가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평균에 근접한 수치다.
환경오염과 알레르기 질환 발병률 간 상관관계에 관한 진실
상기한 바 대로 근래 알마티 거주민들 사이에서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는 오늘날 알마티 시가 전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들 중 하나로 꾸준히 집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누르페이소프 교수는 “환경오염이 전반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오늘날 알레르기 질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직접적 요인으로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 기준에 가까운 ‘청정환경’을 갖춘 국가들의 경우만 보아도 알레르기 관련 질환 발병률 문제만큼은 다른 나라들과 별 차이점이 없다는 것.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엄격한 환경규제 정책을 시행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중공업의 규모 또한 작은 뉴질랜드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흥미롭게도 이곳의 알레르기 환자 수는 인구 비율로 따져본다면 영국이나 미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환경오염 수준과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률이 정비례한다고 보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설령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시킨다 해도 알레르기 질환은 결코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치료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해지며 그 증상이 가벼워지거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의 범위가 좁아질 수는 있겠지만, 알레르기 그 자체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한다.
누르페이소프 박사는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 큰 규모의 호수나 바다처럼 규모가 큰 수역(水域)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또다른 문제점이라고 말한다.
“바다·해양은 기본적으로 대기 및 토양을 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례로 바다와 맞닿은 영토를 보유한 튀르키예,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의 경우, 그러한 지리적 특성상 환경오염을 야기시키는 여러 요인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알레르기 유병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계절성 알레르기’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한편 누르페이소프 교수는 흔히 남용되고 있는 ‘계절성 알레르기’라는 표현의 사용을 지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물론 알레르기 유발 물질 중에는 특정 계절에 한해 발생하는 것들도 존재하지만, 그로 인해 발현되는 체내 염증 과정은 수개월에 걸쳐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세계 각국 의학계에서는 ‘계절성 알레르기’라는 용어를 가급적 쓰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단순한 예를 들어 당신이 다림질을 하다가 손을 데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상태에서 다리미를 당장 끈다고 해도, 이미 손에 입혀진 화상은 적어도 몇 주간은 지속되겠죠. 알레르기 질환도 비슷합니다. 체내에서 이미 발생한 염증은 그것을 유발한 원인이 사라져도 상당 기간 동안 몸 안에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알마티의 겨울은 매우 춥지만, 그 지속기간이 자연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이 완전히 그 속성을 상실하거나 체내 염증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할 만큼 길지 않다. 가을철 심화된 알레르기 증상을 겪은 인체는 겨울로 접어들며 이제 겨우 진정되기 시작했는데, 충분한 회복 기간 없이 곧바로 봄이라는 계절이 새로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품고 찾아오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누르페이소프 박사는 특히 평소 가려움증·피부 갈라짐, 중이염, 부비동염 등을 수반한 잦은 감기나 뚜렷한 원인 없이 반복 발생하는 기침, 재채기, 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고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알레르기성 질환들의 대다수가 만성적 증상을 띤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실은 감기가 아니라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악화되는 다른 질병인데도 의료인들이 이를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오진을 하여 항생제 복용 등 잘못된 치료법을 처방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같은 질병으로 보여지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이는 감염성 질환, 폐렴, 진균증 및 기생충성 질환 등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알레르기성 질병일 수 있습니다.”
향후 전세계적으로 알레르기 환자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타이르 누르페이소프 교수는 알레르기를 겪은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예방차원에서 가급적 ▴대다수 종류의 미세먼지가 도달하지 못하는 5층 이상의 높이에 주거공간을 마련할 것 ▴실내 인테리어에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할 것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화학용품의 가짓수를 되도록 줄일 것 ▴항생제는 처방 시에만 복용할 것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권고사항 중 그 어느 것도 오롯이 인체를 알레르기 질환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해 줄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복합적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 시 전반적인 건강을 지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일반적인 예방 수칙 외에도 ‘알레르겐 특이적 면역 요법(ASIT/AIT)’이라는 치료법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AIT 는 개개인 환자 별로 알레르기 증상의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점진적으로 증량하여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의 요법이다.
“AIT는 현대 알레르기 치료법의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국내외산 의약품을 모두 구할 수 있고요. 치료 과정은 최소 3년 이상 지속되며 의료인의 엄격한 관리 하에 진행됩니다. 하지만 본 치료법이 모든 알레르기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며,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꽃가루, 동물, 곰팡이 등 일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서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시에 여러 종류의 유발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AIT를 통해서만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고요. 따라서 처음부터 자신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발췌: Kazinfo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