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TikTok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해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수천 명의 사용자들이 자신이 주인공인 영상을 공유했는데, 그 안에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더해져 있었다. 사용자 뒤에서 폭발이 일어나거나 사람의 머리가 터지거나 허공에서 백합이 피어나는 등 현실을 뛰어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 트렌드의 중심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출발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Higgsfield’가 있다.
5월 말, 소셜미디어에는 Higgsfield 플랫폼으로 제작된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고, 일부 영상은 단 하루 만에 400만~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댓글 창에는 “이걸 어떻게 만든 거예요?”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많은 이들은 이 영상들이 After Effects나 Blender 같은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간단한 방식이었다. 사용자는 단 한 장의 사진만 업로드하고 원하는 효과를 텍스트로 입력하거나 미리 준비된 라이브러리에서 선택만 하면,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생성해준다. 평균 대기 시간은 3~4시간 정도이며, 텍스트 설명만으로도 영상 생성과 편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모바일 앱 다운로드
2. 원하는 효과를 텍스트로 입력 (예: “천사의 날개를 달아줘”)
3. 혹은 라이브러리에 있는 시각 효과를 선택
4. 사진 업로드
5.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생성 (대기 시간은 최대 3~4시간)
Higgsfield는 2023년, 카자흐스탄 출신의 인공지능 연구자 에르자트 둘라트(Erzat Dulat)가 창업했다. 같은 해 5월,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카자흐스탄의 사업가이자 벤처투자자인 무랏 압드라흐마노프(Murat Abdrakhmanov)에게 소개했고, 25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아 개발팀을 구성했다. 이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창업자를 찾던 중,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니콜라이 다비도프의 소개로 Snap Inc.에서 생성형 AI 부문을 이끌었던 알렉스 마슈라보브(Alex Mashrabov)를 만나게 된다. 알렉스는 과거 1억 6천만 달러 규모의 AI 스타트업을 매각한 경력이 있는 인물로, 두 사람은 곧바로 공동 창업에 나섰다.
현재 Higgsfield는 미국에서 총 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4년 4월에는 구글이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지원을 발표했다. 구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은 속도와 보안 측면에서 큰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Higgsfield의 앱은 현재 매월 40만 명 이상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환경(iOS/Android)에 최적화된 것이 강점이다. Basic (월 $9 / 150크레딧, 약 300장 이미지 혹 30개 영상), Pro (월 $39 / 600크레딧, 약 1200장 이미지 혹 120개 영상), Ultimate (월 $79 / 1500크레딧 (최대 3000장 이미지 혹 300개 영상) 세 가지 요금제가 있으며, 각각 사용 가능한 이미지와 영상 생성량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에르자트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전문가나 개발자 중심의 웹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반해, Higgsfield는 일반 사용자를 우선 고려한 접근 방식으로 성공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AI가 정말 영화나 뮤직비디오도 만들 수 있을까?” 에르자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앞으로 1년 안에, AI가 만든 콘텐츠는 전문가가 만든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입니다.” 그는 나아가, “AI가 자체적으로 드라마나 장편 영화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으며, 이는 단지 시간 문제”라고 덧붙인다.
다만 그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규제와 투명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용자들이 AI로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일부 국가는 이미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AI법(AI Act)을 통해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 중이다. 에르자트는 “카자흐스탄도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iggsfield의 성공은 첨단 기술의 중심지가 더 이상 실리콘밸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알마티에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카자흐스탄이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 혁신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에르자트 둘라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곧 AI가 사람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사람과 AI가 협업하여 예술을 창조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이는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 것입니다.”
기술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AI 스타트업 중 하나는 지금, 알마티에서 시작됐다.
최 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