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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로 태어난 나에게 부모가 붙여준 야속한 그 이름, ‘(다음 자식은) 사내아이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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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로 태어난 나에게 부모가 붙여준 야속한 그 이름, ‘(다음 자식은) 사내아이일지어다’
      딸로 태어난 나에게 부모가 붙여준 야속한 그 이름, ‘(다음 자식은) 사내아이일지어다’
      08.03.2026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 ‘이름 탓에 여성다운 삶 살지 못해’… 여성 본연의 삶 찾기 위해 용감히 개명에 나서기도

      본 기사는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카자흐 문화 속의 독특한 가부장적 작명 문화를 조명하고, 그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위해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 현대 카자흐 여성들의 사례를 통해 지구촌 사회가 지향해 나갈 진정한 여성 인권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해 기획한 글이다.

      한민족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많은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카자흐인들 또한 예로부터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가문을 이을 아들의 존재를 매우 중요히 여겨왔다. 이러한 남아선호사상은 그들의 작명 문화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고대부터 카자흐인들 사이에서는 간절히 바라던 사내아이 대신 딸이 태어날 경우, 다음 자식은 꼭 아들이길 비는 염원을 그 딸의 이름에 담는 관습이 널리 성행했다. 그렇게 지어지는 이름들 중에는 특히 카자흐어로 ‘사내아이’를 뜻하는 ‘울(Ұл)’을 어근으로 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오늘날에도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울볼슨(Ұлболсын – 다음 자식은 사내아이일지어다)’, ‘울좐(Ұлжан, 사내아이의 마음)’, ‘울투아르(Ұлтуар, 아들을 낳다), ‘울다나(Ұлдана, 사내아이의 지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이러한 이름들은 현대 들어서도 여전히 카자흐 여성들의 이름으로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법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아들/사내아이를 의미하는 ‘울(Ұл)’이 이름에 들어간 자국내 여성 인구의 수는 2026년 1월 기준 10만 6천 명을 넘는다. 그 중 가장 흔한 이름들 위주로 살펴보면 ‘사내아이의 마음’을 뜻하는 ‘울좐(Ұлжан)’이 1만 7천 624명, ‘다음 자식으로는 꼭 아들을 보내주기를’ 신에게 비는 의미의 ‘울보슨(Ұлбосын)’은 1만 1천 43명, ‘사내아이의 지혜’를 뜻하는 ‘울다나(Ұлдана)’는 7천 957명, ‘(다음번엔) 득남하여 대를 이으리’라는 염원이 담긴 ‘울좔가스(Ұлжалғас)’는 5천 4백 87명, ‘(이번에 태어난 딸의) 다음 자식은 반드시 아들이길’ 기원하는 뜻의 ‘울볼슨(Ұлболсын, 앞의 ‘울보슨’과 의미는 대동소이하나 서로 엄연히 다른 이름이므로 주의)’은 4천 273명, ‘사내아이의 자리’를 뜻하는 울메켄(Ұлмекен)은 3천 914명, ‘남자 아이’를 뜻하는 울발라(Ұлбала)는 2천 281명에 달하는 카자흐스탄 여성들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술했듯 이는 ‘울’을 어근으로 한 이름만을 예시로 든 것이며,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이 밖에도 마찬가지로 남아선호 사상에 기반한 ‘토이득(Тойдық, ‘[이미 딸을 너무 많이 낳아] 신물 난다’)’, ‘좡을(Жаңыл , [아들 대신 딸이 태어나버린] 실수’)’, ‘우믓(Үміт, ‘[아들에 대한] 희망’)’과 같은 이름을 지닌 여성 인구의 수 또한 상당할 것으로 카자흐스탄의 사회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카자흐 뿐만 아니라 여러 중앙아시아 민족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관습

      이러한 작명 문화는 예로부터 카자흐인들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캅카스 지역의 다른 민족들 사이에서도 널리 성행해 왔다. 그러한 전통의 흔적은 전 투르크메니스탄의 영부인 오굴게렉 베르듸무하메도바(Огулгерек Бердымухамедова) 여사의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이름 ‘오굴게렉’은 ‘아들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늘날에는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에 있지만 전통적으로 노가이족, 동북 캅카스계 민족들 사이에서는 ‘오굴게렉’과 비슷한 ‘울란게렉 (Улангерек, ‘아들이 필요하다’)’, ‘키스타만(Кистаман, ‘계집아이는 이제 그만’)’ 등의 이름이, 아제르바이잔 민족 내에서는 ‘긔즈바스찌(Gizbasti, 역시 ‘딸은 그만’이라는 의미), ‘예테르(Yetər, ‘더는 그만’)’ 같은 이름이, 아르메니아인들 사이에서는 ‘바바칸(Բավական, 역시 ‘더는 그만’) 따위의 이름이 득남을 염원하는 의미로 딸들에게 붙여졌다.


      현대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그 이름들

      오늘날 갈수록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와 같이 구시대적 남아선호 사상이 반영된 이름들은 카자흐스탄에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통계 상으로도 뚜렷이 확인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 공화국 통계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을 기점으로 ‘울(Ұл)’을 어근으로 하는 이름을 가진 여자 신생아들의 수가 그 전년도와 비교해 전국적으로 2배 가까이 감소했다(2024년 - 470명  2025년 - 227명). 특히 이러한 감소 추세는 카자흐스탄 내에서 이러한 여자 이름들이 가장 많은 투르케스탄 주 소재의 도시 및 시골지역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상기 이름들을 가진 전국의 여자 신생아 470명의 중 127명이 해당 지역의 거주민들이었는데, 2025년에는 그 수가 76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도시들에서는 이러한 이름들이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추세다. 지난 2024년 아스타나, 알마티, 심켄트에서 각각 19명, 18명, 53명의 여자 신생아들에게 ‘울’이 들어간 이름이 붙여졌던 것에 반해 이듬해인 2025년에는 알마티의 경우 그 수가 단 7명에 그쳤으며 아스타나와 심켄트에서도 각각 9명, 26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이름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았던 과거의 여성들과는 달리, 현대의 젊은 카자흐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창 ‘반란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작명 관습을 여성성에 대한 억압이자 성차별적인 구습으로 규정하는 이들은 아직은 보수적인 카자흐스탄의 사회적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긴 새로운 이름을 찾아 주체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자신들을 옭아매는 낡은 사회적 관습에 용기 있게 맞서며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새 이름을 선물한 카자흐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모님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라도, 나는 나를 택했어요”

      과거 ‘울다나 (앞서 해설한 바 있듯 ‘사내아이의 지혜’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현재의 다나 (Дана, '지혜로운’, ‘큼직한 진주’ 등의 의미를 내포) 씨는 자신의 개명 과정을 두고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 여정이었다”고 말한다. 사춘기 시절 처음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을 드디어 실행에 옮긴 때는 22살이 되던 해였다는 다나 씨. 그녀는 “스스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곧 주변의 시선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일이자, 그들의 기대로부터 자유를 선포하는 행보와도 같았다”며 당시의 심경을 떠올린다.

      “‘울다나’가 타의에 의해 결정된 내 어린 시절의 잔상이라면, ‘다나’라는 이름은 내가 직접 빚어 만든 ‘나’라는 정체성의 완성본이라 할 수 있어요. 이름을 바꿈으로써 저는 비로소 제 삶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획득한 느낌을 갖게 되었죠.”

      그녀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어느 날 고모가 무심코 자신에게 던진 농담 비슷한 말이었다고.

      “네가 이렇게 예쁜 아이로 자랄 줄 알았더라면,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네 아버지가 우리더러 입양하라고 제안하시자마자 바로 데려올 걸 그랬구나.”

      이 이야기를 다나 씨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환영 받지 못한 존재’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결핍감을 메우기 위해 그녀는 ‘무엇이든 완벽히 해내려는 아이’가 되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다. 부모님이 끝내 아들을 얻지 못한 것을 두고 비탄해 하시지 않도록 말이다.

      “학창시절 내내 공부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 잘 해내려고 무던히 애썼어요. 집 안의 궂은 일도 자진해서 도맡아 했고요. 부모님께서 ‘아들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 혹은 아쉬움을 느끼시지 못하도록 말이죠.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개명을 하게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부모님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 지라도, 내가 내 자신을 선택하는거야’라고요.”

      이제 다나 씨는 학상시절에 비해 조급함을 많이 덜어내고 한결 평온해진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제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개명 과정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녀의 결심을 듣자마자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었고, 개명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야 소식을 접한 아버지 역시 “너의 인생이니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선택도 온전히 너의 몫이다”라며 딸의 선택을 묵묵히 존중해 주셨다고.

      다나 씨는 오늘날 다수의 사회학자들이 전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과거에 불렸던 것과 같은 여자 이름들은 앞으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회는 여성을 가문의 계승자를 기다리다 ‘어쩌다 태어나버린’ 부차적 존재가 아닌, 고유한 개성을 지닌 독립적 인격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아직까지도 똑같은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에요. 이름을 바꾸고 싶다면 망설이지 마세요. 가뜩이나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가득한데, 이름까지 고민거리로 둘 필요는 없잖아요. 해묵은 관습에 대한 예의보다는, 각자의 행복과 안녕이 우선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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