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국제적 확산부터 공연·영화산업의 성장까지… 문화유산 보존과 지역 문화기반 확충에도 박차
카자흐스탄이 전통문화의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 문화산업 육성 등을 통해 자국 문화예술의 발전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정부의 주도 아래 영화산업 육성과 예술 창작활동 지원, 문화시설 확충 등 국내 문화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베네치아의 미술관과 뉴욕의 공연장, 세계 주요 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카자흐스탄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카자흐스탄 문화정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 7년간 문화 분야의 주요 변화와 성과를 살펴보고, 국내 문화기반 강화와 국제적 위상 제고라는 두 측면에서 문화정책의 흐름을 짚어본다.
국제무대로 뻗어가는 카자흐스탄의 문화예술
카자흐스탄은 해외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자국의 미술과 역사문화유산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2019년 카스쩨예프 국립미술관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네치아에서 소장품을 선보였으며, 이후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파리 기메 동양미술관 등에서도 카자흐스탄 관련 전시가 열렸다. 중국 톈진박물관의 ‘황금인간과 대초원’ 전시도 카자흐스탄의 고대 문화유산을 소개한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다. 2021년에는 아제르바이잔 국립박물관과 ‘알마티–바쿠. 봄. 유라시아 예술연합’ 온라인 전시를 공동 개최했다.
해외 문화예술을 카자흐스탄 국내에 소개하는 교류도 이어졌다. 카자흐스탄국립박물관에서는 인도의 전통 직물과 우즈베키스탄의 자수문화를 다룬 전시가 열렸고, 지난해 3월에는 카스쩨예프 국립미술관에서 우즈베키스탄 화가 우랄 탄시크바예프의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이 개최됐다. 중국 국립실크박물관과는 ‘실크로드: 문화 간 대화’ 학술회의 및 전시를 공동 개최했으며, 중국 국가박물관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교류전이 열렸다.
미술관 간 상호 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카스쩨예프 국립미술관 소장품이 러시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소개된 데 이어, 올해 10월 9일부터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 소장한 20세기 미술 작품을 알마티에서 선보이는 교류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해외 문화교류를 위한 상설 거점도 마련됐다. 2025년 베이징에 문을 연 카자흐스탄 문화센터는 전시와 공연 등을 통해 자국 문화를 중국에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조명하는 사진전이 이곳에서 열렸다. 아제르바이잔 국립미술관에서도 카스테예프 국립미술관이 마련한 ‘문화의 대화: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 전시가 개최됐다. 오는 12월에는 카자흐스탄 국립박물관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사무라이 관련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박물관 분야의 학술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에는 ‘대초원의 민족 전통’을 주제로 국제학술포럼이 개최됐으며, 올해는 카자흐스탄–프랑스 박물관학 포럼이 열렸다. 전시를 통한 소장품 교류에서 나아가 박물관 운영과 연구 분야로도 협력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튀르크권 국가들과의 문화협력도 긴밀히 이어지고 있다. 2023년 ‘2025년도 튀르크 세계 문화수도’로 선정되었던 악타우에서는 지난해 공연과 축제, 학술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 러시아 등지에는 전통음악가 쿠르만가즤와 시인 아바이를 기리는 기념비와 흉상이 설치됐다. 예술작품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문화적 기억을 매개로 주변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사업들이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국제적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가수 디마시 쿠다이베르겐은 지난해 10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진행했으며, 음악 프로듀서 및 DJ로 활동하는 이만벡 제이케노프는 2021년 미국 아티스트 SAINt JHN의 히트곡 ‘Roses’를 리믹스한 작품으로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리믹스 레코딩(Best Remixed Recording)’상을 수상했다. 카자흐스탄 음악이 전통예술뿐 아니라 현대 대중음악을 통해서도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대초원의 유산
2026년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카자흐스탄의 유산은 문화유산 4건과 자연유산 3건 등 모두 7건이다. 중세 중앙아시아 건축을 대표하는 호자 아흐메드 야사위 영묘와 선사시대의 생활상과 신앙을 엿볼 수 있는 탐갈릐(Тамгалы) 암각화가 대표적이다.
올해 7월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망기스타우의 암굴 모스크와 주변 성지들이 문화유산 목록에 새롭게 등재됐다. 베케트 아타와 쇼판 아타 등 다섯 성지로 구성된 이 유산은 카자흐스탄 서부에 뿌리내린 이슬람 수피 전통과 지역 고유의 신앙·건축문화를 보여준다.
무형유산 분야에서도 유목문화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카자흐스탄 관련 유산은 총 14건이다. 돔브라로 연주하는 전통 기악곡 ‘퀴이(Күй)’, 즉흥 시가 경연인 ‘아이틔스(Айтыс)’, 이동식 가옥 유르트의 제작 기술 등이 포함된다. 2024년에는 혼례에서 신부가 얼굴을 공개하고 새 가족에게 인사하는 전통의식 ‘베타샤르(Беташар)’도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유르트 제작 전통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공동 유산으로 처음 등재됐다가 2025년 우즈베키스탄까지 참여하는 3개국 공동 등재로 확대됐는데, 이는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중앙아시아 유목문화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26~202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홍보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실크로드와 우스튜르트 관련 유산의 보존·홍보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 인정을 받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그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예술의 토대 다지고, 역사를 무대로 옮기다
근래 카자흐스탄에서는 예술인 지원과 주요 문화기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졌다. 약 30년 만에 ‘카자흐스탄 인민예술가(Қазақстанның халық әртісі)’ 명예칭호가 부활했으며,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단 ‘귈제르(Гүлдер)’도 재창단됐다. 2020년에는 쿠르만가즤 기념 민속악기 관현악단과 아우에조프 드라마극장, 아바이 오페라·발레극장 등 주요 문화기관에 국립 지위가 부여됐다.
박물관 소장품의 디지털화와 예술교육 지원도 주요 정책에 포함됐다. 역사도시 튀르키스탄에는 국가의 정신적·역사문화적·관광 중심지로서 특별한 지위가 법률로 부여됐다. 도시의 역사적 경관을 보호하면서 문화적 잠재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다.
2024년에는 잠블 기념 국립 아카데미 필하모니 산하에 클래식기타 5중주단이, 국립공연예술기관 ‘카작콘체르트’ 산하에는 다민족 예술단 ‘브를릑(Бірлік)’이 창단됐다. 2025년에는 시인 아바이 쿠난바이울릐 탄생 180주년, 학자 쇼칸 왈리하노프 탄생 190주년, 작곡가 누르기사 틀렌디예프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문화예술계의 주요 인물을 재조명하는 사업도 이어졌다.
공연예술계에서는 민족의 역사와 문학을 발레와 연극, 오페라로 재해석한 창작 공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스타나 발레극장은 2021년 ‘카자흐판 로미오와 줄리엣’로 불리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 ‘코즈 코르페시–바얀 술루(Қозы Көрпеш – Баян Сұлу)’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올해 6월 창작 발레 ‘알틴 귈(Алтын гүл, 황금 꽃)’을 초연했다. 기원전 3~2세기 텐리크 고분에서 출토된 튤립 문양의 황금 장식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2023년에는 카자흐 민족 형성 과정의 한 부분을 다룬 역사극 ‘줘쉬 한(Жошы хан, ‘주치 칸’의 카자흐식 명칭)’이 공연되었으며 올해 5월 아스타나 오페라극장에서는 창작 오페라 ‘압팍: 킵차크의 딸(Аппак. Дочь кыпчакская)’의 초연이 이루어졌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압지좌밀 누르페이소프의 장편소설 ‘크로비 이 뽀트(Кровь и пот, 피와 땀)’를 원작으로 한 발레 ‘악발라(Ақбала, 순백의 아이)’가 무대에 올려졌다.
이들 작품은 전통적인 공연예술 형식에 카자흐스탄 고유의 역사와 서사를 접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적 사건과 전통 설화를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재해석하고, 문학작품에 새로운 예술적 생명력을 부여하면서 카자흐스탄 문화유산의 표현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제작·흥행·국제 수상으로 성장한 영화산업
영화산업은 최근 7년간 성장세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분야다. 2019년 제정된 영화법을 토대로 제작과 배급, 해외 진출에 대한 국가 지원체계가 마련됐다. 카자흐스탄 문화정보부에 따르면 2019~2025년 국가 지원을 받아 추진된 영화사업은 총 150건으로, 이 가운데 124건이 완료됐다.
자국 영화의 개봉 편수는 2024년 94편에서 2025년 103편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카자흐스탄 영화의 총극장 매출은 약 300억 텡게를 기록했다. 영화 ‘카이타단(Қайтадан, ‘다시’)’은 흥행수입 10억 텡게를 돌파했다. 국립영화제작소 ‘카작필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국가와 민간이 제작비를 절반씩 부담하는 공동 투자 방식도 운영되고 있다.
국제영화제에서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의 ‘아큰(Ақын, 시인)’은 도쿄국제영화제 감독상을, 파르하트 샤리포프 감독의 ‘스헤마(Схема, 도식/구조)’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24년에는 카자흐스탄 영화 7편이 국제영화제에서 총 34개의 상을 받았다.
영화 ‘바우르나 살루(Бауырына салу)’는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카자흐스탄 출품작으로 선정됐으며, ‘아부체니예 아제모키(Обучение Адемоки, 아제모카의 교육)’은 바르샤바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을 수상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일본, 튀르키예 등 30여 개국에서 열린 ‘카자흐스탄 영화의 날’ 행사를 통해서는 현지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자국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제작 규모의 확대는 국제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2024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카자흐스탄은 인구 대비 국산 장편영화 제작 규모를 나타내는 세부지표에서 세계 3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2022년 제작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된 순위로, 영화의 예술적 수준이나 국제적 평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카자흐어 콘텐츠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화정보부에 따르면 디즈니는 일부 해외 영화를 자체 비용으로 카자흐어 더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타즈(Тазы, 카자흐스탄의 토종견)’ 등이 제작되고 있다. 노동과 사회적 책임을 다룬 영화부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애니메이션까지 소재와 장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해외 영상 제작진의 카자흐스탄 현지 촬영과 국제 공동제작 작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성룡 주연의 영화 ‘용형호제(The Armour of God)’ 4편은 카자흐스탄을 주요 촬영지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바로 이번 주 알마티와 망기스타우 등지에서 현지 촬영을 마쳤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제작진이 공동으로 참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시아의 왕자’도 올해 서울과 알마티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이 밖에 러시아와 인도, 이집트 등과의 영상 제작사업 또한 다수 추진돼 왔다. 이러한 협력은 현지 전문인력의 경험 축적과 촬영 인프라 활용,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자흐스탄 전역으로 확대되는 문화 향유의 기회
카자흐스탄 정부는 문화예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문화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 왔다.
카자흐스탄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 기준 전국에는 공공도서관 3천 9백 12곳, 문화·여가시설 3천 54곳, 박물관 286곳, 극장 85곳, 공연기관 67곳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정보부가 2026년 10월 발표한 문화시설 확충 현황에 따르면 2019~2026년 새로 건립·개관한 문화시설은 총 312곳이다. 문화회관 161곳과 농촌 클럽 89곳, 박물관 15곳, 도서관 10곳, 극장 3곳, 문화궁전 2곳, 각종 문화·예술센터 32곳이 포함된다. 시설 건립에는 농촌지역 개발사업 ‘아울–옐 볘스긔(Ауыл - Ел бесігі)’를 비롯해 국가특별기금과 지방예산, 투자금 등이 활용됐다.
집권여당 아딜렛(Ädilet)은 2031년까지 문화시설 202곳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건립된 312곳의 실적과는 구분되는 향후 건립 목표다.
아스타나와 투르케스탄, 페트로파블 등지에서는 극장이 새 건물을 확보했으며, 악퇴베와 코나예프에서는 극장 신축사업이 진행 중이다. 투르케스탄 주에서는 역사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방문자센터 조성과 호자 아흐메드 야사위 유산연구센터 설립이 추진돼 왔다.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보조크(Бозоқ) 유적을 중심으로 고대 역사를 조명하는 고고학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문화시설의 현대화도 병행되고 있다. 카스쩨예프 국립미술관에서는 대규모 보수공사가 이뤄졌으며, 도서관 분야에서는 2027년까지의 현대화 로드맵에 따라 노후 시설과 장비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문화시설의 신축뿐 아니라 기존 시설의 운영환경을 개선해 주민들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예술교육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알마티에서는 국립예술아카데미와 예술계열 전문대학 학생들을 위한 5백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건립이 시작됐다. 페트로파블에서는 국립예술대학교 분원이 문을 열었으며, 2027년에는 6백명 수용 규모의 새 교육동을 건립할 계획이다.
알마티 발레학교의 재건축이 진행되는 한편, 전문 음악학교 3곳의 새 건물 건립도 검토되고 있다. 쉼켄트에서는 문화예술대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 문화회관의 노후 장비 개선에는 공익재단 ‘카자흐스탄 할크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지방에서도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7년간 카자흐스탄 문화정책은 자국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국내 문화예술의 발전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추진돼 왔다. 전통문화의 보존을 넘어 공연과 영화, 전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가치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시설과 국제행사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지역별 운영 여건과 창작자의 활동 기회, 국민의 문화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