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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적 페미니즘: 왜 ‘50/50’은 진정한 평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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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부장적 페미니즘: 왜 ‘50/50’은 진정한 평등이 아닌가
      가부장적 페미니즘: 왜 ‘50/50’은 진정한 평등이 아닌가
      11.12.2025
      [서유나 기자] 2025년은 여성들과 페미니즘에게 정말 큰 성과의 해였다.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STEM 분야에서 여성들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유니세프는 지금 자라고 있는 세대가 역사상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소녀들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소녀들은 남학생보다 더 높은 비율로 학교를 졸업하고 있으며, 정치와 정부 분야에서도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 완전한 평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모든 변화는 페미니스트들이 수십 년 동안 싸워 온 결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모두는 아니지만) 남성들은 페미니즘을 조롱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가부장적 방식으로 이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트에서의 “더치페이”다. 남성들은 이를 ‘평등’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페미니즘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여성들의 커리어는 출발선부터 불평등하다. 여성들이 리더십 직군에 진입하는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현재 고위직의 약 75%는 여전히 남성이다. 이는 여성들이 높은 연봉과 빠른 승진을 얻기 훨씬 어렵다는 의미다. 출산휴가에 대한 기업의 우려, 여성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고정관념, 그리고 단순한 여성 혐오까지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여성의 커리어는 의도적으로 제약된다. 여성의 연봉이 낮은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계산서만 “50/50”을 요구하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 맥락을 지운 가부장적 편의일 뿐이다.

      또한 여성은 더 많이 지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구권에서는 이를 ‘핑크 택스’라고 부르며, 여성용 제품과 서비스가 남성용보다 비싸게 책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여성용 면도기는 남성용보다 7~13% 비싸고, 샴푸는 5~48%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같은 자전거라도 색이 핑크면 5~20% 더 비싸다. 여성 커트는 남성 커트보다 비싸고, 건강검진 비용도 여성에게 더 높게 책정된다. 여기에 생리용품처럼 여성에게만 필요한 필수 지출도 존재한다. 더구나 가부장적 사회는 여성에게 완벽한 외모를 요구하기 때문에 화장품, 헤어기기, 네일 등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압박에 가깝다. 결국 남성과 여성이 같은 월급을 받는다 해도 여성의 지출은 구조적으로 더 많다. 이것 역시 “50/50”과는 거리가 멀다.

      가사노동에서도 불평등은 그대로 드러난다. 남성들은 “50/50”을 좋아하지만, 그 적용 범위는 대부분 식당에서의 계산에만 머문다. 실제 생활에서는 요리, 청소, 빨래, 집안 관리 대부분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아이가 생기면 상황은 더 뚜렷해진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반면 남성은 임신·출산 과정에서 그 어떤 신체적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남편이 아내를 도와 아이를 본다”고 표현하지만, 이 말 자체가 문제다. 도움이라는 단어는 원래 상대의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양육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부모라면 당연히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도와준다”는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혹시 쓰이더라도 이는 여성을 비난하기 위한 문맥에서 등장할 뿐, 남성에게는 동일한 행동이 칭찬으로 돌아온다. 이중 기준 자체가 이미 불평등을 드러낸다. 출산은 ‘생명의 기적’이기 이전에 여성에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과정이며, 신체적 손상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 남성은 이러한 부담을 지지 않는다. 이것 역시 50/50이 될 수 없다.

      결국 지금 일부 남성들이 주장하는 “평등한 50/50”은 임금 격차, 지출 격차, 가사 격차, 경력 격차, 생물학적 부담 등 실제 존재하는 불평등을 완전히 무시한 공허한 계산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50/50”은 억압받는 이들의 삶을 가볍게 만들지 못하며, 오히려 이미 무거운 짐 위에 더 많은 책임을 얹는다. 결국 이 시스템이 편한 쪽은 기득권, 즉 가부장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다르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선택권, 안전, 자유, 의사표현, 자기결정권을 준다. 여성은 원하지 않는 조건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와 삶을 정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지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경쟁하려 하지 않고 서로를 지지할 때, 비로소 혐오와 억압,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그리고 나는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움직임에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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