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려인들은 유학이나 일자리를 찾아서 모국으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중앙아 국가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일자리를 찾아 모국으로 향하는 고려인이 급증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의 고려인 인구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자연증가분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많은 수의 고려인들이 국외로 유출된다는 말인데 이들 중 한국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일하게 고려인 동포들이 늘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비록 매년 포브스지 선정 상위 50대 부호 명단에 7명씩 이름을 올리는 등 성공한 고려인들을 많이 배출하지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주변국 고려인 동포사회와 마찬가지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낫기 때문에 한국행의 압력을 덜 받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유학과 구직을 위해 한국행을 원하는 고려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현안은 뭘까? 이들은 비자 문제를 첫번째로 꼽고 의사소통과 의료지원 문제를 그 다음으로 꼽는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 5일, 고려인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 현장조사를 나온 충북도 의회 의원단이 주최한 ‘타슈켄트 고려인 동포 간담회’ 시간에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났다.
차 스베틀라나 타슈켄트 주 치르칙 시의원은 우즈벡 고려인들은 동포비자(F4)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방문취업비자(H2)를 받아서 나간다는 현실을 말했다. 그녀는 "고용이 불안정한 H-2 비자를 가진 고려인 동포들은 사회 안전망에서 소외돼 생계와 삶의 질이 위협받는다"며 "재미동포처럼 모든 고려인 동포에게 F-4 비자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타민족과 결혼한 고려인 배우자에게 주는 방문 동거(F-1) 비자는 취업이 어렵다"며 "저소득 고려인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해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 동포 10명 중 4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방문취업(H-2) 비자를 갖고 있어 불이익이 많고 동반 배우자의 경제활동이 제한됨으로써 정상적 사회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가이 알라 고려신문 부 편집장은 비자문제와 함께 한국인들이 고려인에 대해 동포로서가 아니라 아직도 외국인으로 대하는 데서 오는 소외감과 언어 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의료문제 등을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날 김 드미트리 씨는 구소련에 살았던 독일인과 유대인들은 모국으로 돌아가면 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데 비해 고려인들은 국적취득이 어렵다면서 좀 더 수월해 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어 능력 함양 지원 등으로 우리사회 일원으로 안정적 정착 적극 도와야
최근 지방의 인구 소멸에 대한 대응책 마련차원에서 지자체들이 고려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재외동포청이 설립된 지 1년여가 지나감에 따라 그간에 막연히 ‘측은한 동포로서 인식되던 고려인 동포’에 대한 생각에서 ‘ 강제이주라는 고난을 극복하고 중앙아시아에 튼튼한 뿌리를 내린 자랑스런 동포 사회’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나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을 계기로 고려인들은 독립투사의 후손들이라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확대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첫 해외 순방국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여 고려인 동포사회를 격려하고 국회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은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논란으로 모국에 실망감을 느꼈던 고려인동포사회를 위로하고 위상을 높여준 시기적절한 조치였다.
더불어, 동포청이 최근 해외 거주 동포들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국내에 체류하는 동포들 까지도 정책 대상에 포함시키고 부처별로 분산된 동포 관련 서비스도 통합한 것은 무척 반길 일이다.
국내 이주 고려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는 노력과 함께 기존에 동포3세까지 해당되는 동포 개념의 획기적 확장을 포함한 동포 비자제도의 단일한 적용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