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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1917년) 혁명 전 연해주에서 한인들의 양잠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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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1917년) 혁명 전 연해주에서 한인들의 양잠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러시아, 1917년) 혁명 전 연해주에서 한인들의 양잠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24.12.2025
      러시아 극동 지역과 중국, 한반도를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양잠업이 발달해 왔다. 누에를 치고 견사를 뽑는 기술은 조선에서 이미 기원전 1-2세기에 널리 보급되었으며, 이후 수세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조선은 고대 실크로드의 주요 경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업과 문화 교류를 통해 간접적으로 실크로드 네트워크에 참여해 왔다. 특히 중국의 영향 아래 있었던 중세 초기에는 양잠업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19세기에 들어 양잠업은 조선 농업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일본의 한반도 병합 이후에도 그 규모가 계속 확대됐다. 일본은 군수 산업과 의료 분야 등에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견사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는 누에의 먹이가 되는 뽕나무를 재배하는 농가 수가 크게 늘어났다. 조선의 양잠업은 주로 가정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부업 형태의 소규모 생산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농가에 중요한 부수입원이 되었다. 비단은 아틀라스(atlas, 100% 실크로 만들어진 직물이다. '아틀라스'는 아랍어로 '부드러운' 또는 '광택이 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름처럼 실크 특유의 매끄러운 촉감과 화려한 광택이 특징)와 새틴(satin 또는 공단(貢緞)은 표면이 윤이 나고 뒷면은 그렇지 않은 직물) 등 전통 직물의 원료로 사용돼 명절용 의복과 의례복, 생활용 직물 제작에 활용되었다. 당시 비단은 귀한 사치품으로 여겨졌으며, 시장에서는 다른 상품과 교환 수단으로도 쓰였다. 일부 잉여 생산물은 해외로 반출되기도 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이주한 한인들은 주로 곡물과 채소 재배에 종사했으나, 연해주에 정착한 이후에는 양잠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길러 손으로 견사를 뽑아 직물을 짜는 양잠업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의 양잠업에 대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언급한 인물로는 공병 이등대위 P.A.겔메르센(П.А. Гельмерсен)이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참나무를 먹이로 하는 야생 누에가 서식하는 남부 우수리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기록했다.

      연해주 한인 이주민들의 양잠업은 지역 향토사 연구자와 행정 당국, 기업가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 결과, 극동 지역의 신문과 잡지, 통계 자료집에 관련 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 자료는 대부분 간략하고 내용이 서로 유사했다. 극동 지역 한인 양잠업을 언급한 인물로는 향토사 연구자 A.V.키릴로프(А.В. Кириллов)와 보병대장 출신의 연구자 I.P.나다로프(И.П. Надаров)를 들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프리아무르 총독을 지낸 레오니트 곤다티(Л.Н. Гондатти) (재임 1911~1917)로, 그는 이전부터 양잠업을 연구했으며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를 직접 답사한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곤다티는 1886년 모스크바 황립 농업협회 산하 양잠위원회 서기로 선출돼 1893년 중반까지 이 직책을 맡았다.

      러시아 혁명(1917) 이전 연해주 지역의 양잠업에 관한 자료는 문헌과 기록이 부족해 오랫동안 연구가 어려웠다. 그러나 1916년 가을, 잡지 「프리모르스키 호자인(연해주의 주인)」에는 슬라뱐스크 산림청장 테오도르 그로데츠키(Теодор Л. Гродецкий)가 작성한 상세한 보고서가 실렸다.이 보고서는 뽕나무 식재와 누에 사육 실험, 유럽과 일본산 누에알을 한인 마을을 중심으로 운송∙분배한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바라바시, 슬라뱐카, 아디미, 크라베, 포시에트, 노보키예프카, 얀지헤, 티진헤 등 여러 한인 거주지의 사례가 포함돼 있다.

      1920년대 초반부터 연해주 지역에서 발간되기 시작한 정기 간행물, 특히 모국(한국)어 신문인 「선봉」(先鋒) (현 「고려일보」의 전신)을 중심으로 소비에트 연해주 고려인들의 경제∙문화 생활을 다룬 기사들이 꾸준히 실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 연해주에서의 양잠업과 뽕나무 재배, 누에 사육을 다룬 기고문과 인터뷰, 기사들은 「태평양의 별」(Тихоокеанская звезда), 「소비에트 프리모리예」(Советское Приморье) 등 지방 신문과 「혁명과 민족」 (Революция и национальности), 「소비에트 프리모리예」(Советское Приморье) 같은 잡지에도 주기적으로 게재됐다.

      연해주 고려인 양잠업에 관한 중요한 자료로 T.P.고르제예프(Т.П. Гордеев)가 1923년에 발표한 「프리모리예 주 시녤롭카 마을의 양잠업 개요」(Краткий очерк шелководства в с. Синеловке Примерской губернии)가 꼽힌다. 이 글은 저자가 1915년 고려인 마을 시녤롭카를 직접 방문해 관찰한 내용과 현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이후 1926년 「소비에트 프리모리예」에는 A.D.렐랴코프(А.Д. Леляков)의 연해주 양잠업 현황과 발전 전망에 관한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글은 고르제예프의 연구를 상당 부분 차용하면서도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 밖에도 1920~1930년대에 발표된 S.아노소프(С.Аносов), P.뷔빠소프(П.Выпасов), A. 자키르(А.Закир), 야.정 (텐/ Я.Тен) 등의 글에서도 연해주 한인들이 양잠업에 종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말 연해주 양잠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은 수이푼(綏芬河, Suifun)강 양안에 자리 잡은 한인 마을 ‘시넬니코보(Синельниково)’였다.

      1878년 동부 시베리아 총관리청 소속 특명 관리였던 V.비슬레네프(В.Висленев)는 이 마을을 직접 조사하고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보고에 따르면 시넬니코보는 강을 따라 약 10km에 걸쳐 형성된 대규모 마을로, 당시 92 가구, 총 404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남성은 247명, 여성은 157명이었으며, 한인 주민 중 28명은 러시아 정교로 개종한 상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넬니코보는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부유한 한인 마을 중 하나로 성장했다. 1899년에는 163가구의 한인 가정이 거주할 정도로 인구가 확대됐다. 마을 주민들의 주된 생업은 농업이었으며 수이푼강에서 어업 역시 중요한 부수입원으로 작용했다.

      김 게르만, 역사학 박사, 교수

      사진: 시넬니코보. 차량기지와 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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