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유로파리그 결승서 맨유 제압… “이제야 마음 놓고 잘 수 있어요”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마침내 축구 인생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시간으로 5월 22일 새벽, 토트넘은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UEFA 유로파리그 2024–2025 시즌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후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17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오늘 해냈습니다. 이건 제가 평생 꿈꿔온 순간이었고, 이제야 마음 놓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잊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아마 내일 비행기는 놓치겠지만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으며, 토트넘 역시 2008년 리그컵 이후 오랜 기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우승은 토트넘의 17년 만의 첫 우승이자, 1984년 이후 41년 만의 유럽대항전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 후 영국 매체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는 “오늘만큼은 나를 (토트넘) 레전드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농담처럼 말하며,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한 이 순간은 클럽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쉽지 않은 시즌을 함께 이겨냈고,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밤 이 경기를 꿈꿔왔다”고 밝혔다.
한국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인데도 함께 응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제게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이 트로피를 들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특히 이날은 손흥민에게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정확히 3년 전 같은 날, 그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골든부츠)을 수상한 바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5월 22일은 손흥민의 날”이라는 반응이 이어졌으며 온라인에서는 ‘전설’이라는 표현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축구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손흥민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오랜 시간 인내하며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꿈을 향해 나아간 한 한국인의 이야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조용한 성실함으로 쌓아올린 진짜 전설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