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남
어느날 스탈린은 조명희를 일본 스파이로 몰아 죽였다
어느날 스탈린은
극동 연해주
붙박이 고려인들을
완행열차 화차에 실어
강제이주를 시켜버렸다
달리는 차 안에서
송장을 던져버렸다
열흘도
보름도 달리는 차 안에서
죽은 송장 아바이를 던져버려야 했다
그렇게 가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내려졌다
너희들 까레스키
여기서 살아라
여기서 살든지 죽든지 하라
하고
빈 열차는 돌아가버렸다
그 시작도 끝도 없는 곳 알마아타에서
울다가
울다가
움을 짓고
밭을 만들고
논을 만들고
나라 없는 고려인들의 삶과 죽음을 만들어냈다
1세와 2세 3세로 이어지며
흐루시쵸프
브레즈네프
고르바쵸프
그리고
옐친에 이르기까지
고려인 아낙의 머리수건이
내 모진 어머니였다
신순남
피 같은 물감으로
넋 같은 붓으로
그리고 그리고 그려서
고려인 서사벽화 남겨 놓았다
오늘밤 그대에게
그대가 그린
고려인 여러분에게
한 방울 눈물 맺힌 내 무능으로
삼가 절 몇 자루 올리라니
신순남 신위 참이슬 한 잔 부어 올리나니 흠향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