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패망이 가져다준 한민족해방이 민족국가 수립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국토가 분단된데 이어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 분단이 고착되었다. 분단 상황의 지속은 불필요한 국력낭비와 이산가족의 고통, 자원의 분할사용 등 여러 측면의 피해를 낳고 이로 인해 한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저해하고 있다. 또한 분단의 장기화는 남북한 이질화, 경제격차 등의 심화로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한편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 태 익 

∙ 주요경력

- 2014-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장 

- 2004 러시아 레프 톨스토이협회 명예회원 

- 2002 주 러시아 대사

- 2001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 1998 주 이태리 대사

 

- 1993 주 이집트 대사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국제사회는 탈냉전,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자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추세 속에서 한반도 통일은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시대적 과제이다. 남북한이 민족간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불신 속에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혀 다른 정체성을 지닌 두 체제가 상호이해와 신뢰를 구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남북간의 만남과 대화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그동안 남북관계는 갈등과 협력이 교차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달성하기 위해 세가지 과제가 수행되어야 한다. 첫째,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한간 대화를 재개해 핵문제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둘째,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간의 신뢰와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공동체건설을 추진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상호존중에 기초한 호혜적 남북관계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등 군사도발 관행이 계속되어서는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없다.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한반도 통일은 섬에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온전한 가교국가로, 전쟁의 진원지에서 스위스와 같은 평화의 발원지로,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에서 고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돌고래로, 주변의 강대국에 의해 사지가 찢어지는 거열상태를 벗어나 사두마차에 올라타는 새로운 국가탄생을 의미한다.이를 위해서는 ‘모든 인간의 존엄’을 토대로 새로운 나라, 통일된 코리아를 건설해야 한다. 통일이야말로 코리아의 본래적 정체성, 대륙적이며 해양적인 반도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동아시아를 통일하고 세계를 통일하는 의미가 있다. 

원코리아의 통일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국 내에 거주하는 한국민과 더불어 재외국민이 나서야 한다. 재외동포도 분단과 무관할 수 없으며 그동안 분단과 분열로 인해 상처를 받아왔다. 남북한을 동시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야말로 한반도 화해와 통일을 위한 또다른 주역이 될 수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해외동포의 규모는 720만명에 달한다. 이중 러시아와 CIS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65만명에 이른다. 고려인은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을 말하며 러시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는 조선 말기, 러시아는 제정러시아 말기인 1863년 함경북도 경원 출신 두 사람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 마을에 정착함으로써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가 시작되었다. 하와이 농업이민보다 39년이나 앞서 최초의 한국인 집단해외이주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정식으로 한인이주를 승인한 해가 1864년으로 기록되어 있다.한인 이주는 조선 관리의 탐욕과 학대를 피해서 또는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나고자 농사지을 땅을 찾아 나선 고려인들의 러시아 이주의 슬픈역사는 볼셰비키 혁명에 성공한 스탈린이 한인들을 일본의 첩자로 몰아 1937년 한인 18만 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시킴으로써 더욱 가혹해졌다. 이주과정에서 많은 한인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던 비극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필자가 주 러시아 대사로 재직하였던 2004년에 대한민국 정부는 러시아정부의 승인을 받아 고려인 이주 140주년 기념행사를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하였다. 고려인 이민사를 새로 쓰고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기념행사를 통하여 고려인 이민사가 발간되었고, 문화사절단이 파견되어, 한국 전통문화가 선 보였을 뿐 아니라 학술행사가 열려 고려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게 되었다. 러시아정부도 보상차원에서 모스크바 근교에 비즈니스센타와 고려인 공동묘지 부지를 제공하고 우스리스크 지역의 폐교를 고려인연합회에 기증하였다. 지금은 모스크바에 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되고 우스리스크 고려인 기념관이 건립되어 고려인들이 한민족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중심무대가 마련된 것이다.2014년에는 고려인 스스로가 150주년 기념행사를 주도하여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아 자동차로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를 횡단하였다. 한반도 통일대장정을 역사상 처음으로 고려인들에 의해 펼쳐진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는 뜻깊은 행사를 스스로 주관한 것은 고려인 사회의 놀라운 발전을 시현한 사례다. 대한민국 국회도 결의안을 통과하여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을 다각도로 지원하였다. 남한국민이 북한과의 대립과 갈등으로 갈 수 없는 길을 고려인이 뚫어낸 것이다. 애국적인 고려인이 자동차 랠리로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작지만 뜻깊은 소통의 구멍을 뚫은 쾌거였다. 우리나라에는 3만명에 달하는 러시아와 CIS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는 고려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고려인들을 돕는 것은 유효한 통일사업이다.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행사 계기로 고려인센터가 국고지원과 민간의 기부로 세워졌다. 러시아와 한국에 소재하는 고려인센터는 고려인들이 한반도 통일의 역군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도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금년은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80주년 되는 해이다. 각종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 고려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고려인 특별법 제정을 입안중이라고 한다. 고려인뿐만 아니라 여타 해외동포, 그리고 탈북자들을 포함한 모든 한민족 구성원들이 모두 통일일꾼이 될 때 북한사회의 변화가 보다 가속될 수 있다.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이 스스로 변화주체가 되어야 한다. 해외에 있는 모든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북한주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달성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지각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