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자신이 서방의 어떤 지도자들보다도 앞장서서 국제 인권문제에 관해 두려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국민 삶을 개선시키는 일보다는 권력 유지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반 총장은 또한 임기를 마친 뒤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북한 화해를 위한 노력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은 제71차 유엔총회 공식 개막일인 13일(현지시간)에 맞춰 게재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해온 소회를 털어놓았다. 

반 총장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 한국으로 돌아가 일반 시민으로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의 화해를 증진시키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반 총장은 자신이 임기동안 지나치게 소심한 행보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한다. 세계 인권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어떤 서방 지도자들보다 인권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나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사람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기후변화, 빈곤퇴치, 여성권익 증진 등 3대 과제에 집중.

반 총장은 지난 10년 간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공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을 했다. 그는 자신의 업적은 역사가들의 평가에 맡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해온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기후변화 문제와 ▲빈곤퇴치, ▲여성권익 증진 등 세 가지 과제에 집중적으로 쏟았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자신이 지난 2007년 1월 1일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첫 날부터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오는 12월 31일 자신이 유엔 집무실을 떠나기 전에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작동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상승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밑으로 유지하기 위해 회원국이 노력하고, 2023년부터는 5년마다 각국의 감축 이행실적을 점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를 남겨 놓고 있어 아직 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과제로 빈곤퇴치를 꼽았다. 193개국의 유엔 회원국은 지난해 8월 2일 ‘새로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 에 합의했다. 지난해 말로 종료된 ‘새천년 개발목표를 대체하는 새로운 유엔의 과제를 설정한 것이다. ‘새천년 개발목표’는 주로 개발도상국 발전에 역점을 맞추었다. 

반면 2016~2030년 기간 동안 유엔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는 빈곤퇴치와 자원보호 등 17개 분야의 총 169개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새롭게 합의된 ‘2030 어젠다’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 확대, ▲ 아동학대의 근절, ▲식품 폐기물의 반감, ▲해양자원보호, ▲기후변화 대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 총장의 3번째 역점사업은 여성권익 증진 이었다. 지난 2011년 1월 유엔은 국제연합여성발전기금과 젠더관련사무총장 특별자문관실, 여성지위향상국, 여성훈련원을 통합한 ‘유엔여성기구를 출범시켰다. 여성 차별 철폐와 여성 권익향상, 경제개발‧인권‧안보 부문의 양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한 기구였다.  

반 총장은 “여성은 가장 활성화 시키지 못하고 있는 인간 자원이다. 만일 그들의 잠재성을 이용한다면 우리는 경제 생산성을 최소한 두 배로 늘리고, 사회발전도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 분쟁 지속, 유엔평화유지군 성폭행 물의 등 유감.

반 총장은 후회스런 일로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분쟁을 보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는 많은 무기력한 사람들이 불평등과 부정의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의 인권과 존엄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임기 중 발생한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폭행 물의를 유감스러운 일로 꼽았다. 유엔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 등지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들에 의한 성폭행 사건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반 총장 처음으로 성폭행가해자 출신국가를 공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폭행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 총장은 아이티 콜레라 창궐에 대한 책임도 인정했다. 유엔은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지난 2010년 10월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창궐한 것에 대해 유엔의 책임을 인정했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0년 아이티에서 77만 여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원인은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기지에서 배출하는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아이티의 강으로 흘려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했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달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아이티 국민이 콜레라의 발병으로 인해 견디고 있는 끔찍한 고통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유엔은 그 피해자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당시 성명에서 "콜레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아이티 피해자를 물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당연히 콜레라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 “권력에 집착하는 부패한 지도자들에 실망” 

반 총장은 많은 세계 지도자들이 국민의 삶의 질 개선보다 권력에 집착한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반 총장은 오늘날 지구촌의 혼란은 국민들보다는 지도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도자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는 것을 핵심으로 여긴다. 일단 당선되고 나면 국민들 위에 군림을 한다. 그들은 대부분 부패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5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서 반 총장은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한 사람의 운명이 그렇게 중요한가? 한 사람의 운명이 모든 위기의 볼모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한 사람의 향후 역할과 관련한 갈등이 시리아 내전 평화 협상 과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 유엔 운영체제에 대한 불만도 토로. 

반 총장은 유엔 운영 체제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은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니며, 유엔 안보리 이사국 등 입김이 센 나라의 지도자들이 결정한 사항을 유엔 사무총장이 처리해야 하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엔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유엔 자체 내에 “얼마간이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some reasonable decision-making process)”이 있다면 유엔은 훨씬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은 또한 유엔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를 할 경우 나머지 다른 모든 나라들이 찬성하는 결정도 이행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그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나 되는 21세기에 그런 일이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반 총장은 기후변화 대책과 빈곤퇴치 문제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내가 당장 백 여 개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과를 따기를 원한다면 가서 사과나무를 흔들어야 한다”라면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총장으로서의 회고록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몇 년 후 어느 날” 가능한 일이라면서 “지금은 당장 책을 쓸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내가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