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19일에 카자흐 국립대학교에서 개최되었던 ‘2018 한반도 국제학술포럼’과 ‘한민족 축제’에 북한 대표들이 참가한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가 남북의 중간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 이는 향후 한반도 평화구축 여정에서 보여 줄 수 있는 협회의 저력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북한 학자가 국제학술포럼에 한국 학자들과 의견을 교환한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었고, 북한 예술단과 한국의 팝그룹이 한 무대에서 공연한 것도 역사적인 일이었다. 실로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평화를 향한 길은 현재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과 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단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사람만의 행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의 열강의 태도 또한 중요하며 그 중에서 미국의 입장이 결정적이라는 것에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5월 말 현재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예정되어 있지만 그 준비 단계에서 힘겨운 신경전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내막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회동하고 또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시급히 만날 정도라면 일반인이 모르는 내용도 포함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정상들의 여러 발언과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여 추정한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된 것이 최고의 문제이고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이나 경제 지원과 같은 문제는 부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의 비핵화는 글자 그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보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이고 남한에서도 미국의 전략핵무기 운용이 되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남한에서는 이미 전술핵무기가 모두 철거되었지만 가끔 한미군사훈련의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등장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를 모두 배격함을 뜻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개념이다.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그리고 보도에 의하면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탄두 일부를 미국에 전달할 것도 요구되고 있는데 아직 공식 입장은 표명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한 내용이며 북미 정상회담의 제일 중요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핵보유 국가로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밝혔듯이 현재 북한은 핵보유보다는 경제건설이 먼저이고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대두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로 인하여 북한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의 완전한 폐기 후에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는 즉 체제보장이 확실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청와대 발표에서도 확인되었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후 완전한 체제보장을 준수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다. 그 이유는 한반도 평화를 좋아하지 않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 내부의 역학 관계이다. 이는 한국 사람이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을 알 수 있지만 고려인 동포들 및 외국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한국에는 아직도 UN 회원국인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 정치가들을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한미동맹을 과신하며 자주국방보다는 미국에 의존하는 안보관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간혹 서울에서 벌어지는 시위대 중에서 태극기와 미국 국기가 함께 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이다. 여기에는 학자와 언론인 등 전문가 집단들도 포함되며 이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남북한 평화모드 조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 시각에서 보면 지난 카자흐 국립대에서 북한 학자가 발언한 내용 중 ‘고려연방제 통일안’을 비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비해 사상적으로 획일화한 북한의 실정을 고려할 때, 아무리 학자라고 해도 북한의 공식적 입장과 다른 내용을 발표할 수 없다. 그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을 굳이 꼭 집어 비판한 것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둘째 국제적인 역학관계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각각의 이해 정도가 모두 다르다. 즉 국가이익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에서 각각의 국가들이 취하는 한반도 정책은 동일할 수 없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국가에서 볼 때 한반도의 평화구축이 이익이 되는가 아니면 현재의 긴장상태가 이익이 되는가. 상식적인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그 해답은 분명하다. 한반도의 양 측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완전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며 선린관계국으로 될 경우 이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손해를 볼 것인가?

한반도에서 적대관계가 종식되면 방위산업체의 무기 판매량이 급감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 수익이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은 분명히 한반도 평화구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의 적당한 긴장관계를 이용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면 이 역시 한반도의 평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남과 북의 긴장관계를 이용해서 언제든지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세력이 있다는 이 역시 한반도의 평화에 반대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바람직한 것으로 발언은 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려운 논리이지만 이는 현실이다. 현실 국제정치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청와대 발표에서 행한 짧은 내용을 보고 느낀 것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여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겠지만 그 진정성과 미래 보장성은 한반도의 남북한 당국자 및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은 한국의 여론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민주국가인 한국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이 매우 다양하다. 현재의 정부를 싫어하는 세력도 있고, 좋아하는 세력도 있고 그 중간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 국립대에서 개최되었던 ‘2018 한반도 국제학술포럼’ 및 ‘한민족 축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웠던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한반도 평화체제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 결과 남북한 학자와 공연단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이러한 모임은 정치적인 풍향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의 희망이다. “일단 서로 자주 만나고 보자”라는 말을 꼭 기억하자.

황 영 삼

 주요 경력/학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실장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파견교수 (2005-6)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국제관계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