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인식하는 개념으로 세계의 중심이자 새로운 역동성을 잠재하는 대륙이다. 유라시아대륙은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0%에 해당하며, 인구의 70%, 그리고 GDP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인도,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국가들의 대륙이라고 할 수 있다. 

조 한 범 

■ 주요 학력 및 경력

• 상트-페테르부르그 대학 사회학 박사

• 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

특히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토대로 러시아 시베리아 극동,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계하는 유라시아 경제협력이 빠르게 확대됨으로써 유라시아의 신 실크로드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주목할 점은 유라시아 역내 국가들이 교통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제협력의 확대에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시베리아 극동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자원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1990년 중국의 신장과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철도가 완공되어 중국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들이 우랄산맥을 넘어 유럽의 각지로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5월에는 중국과 러시아간 4천억달러 규모의 ‘동부노선’ 가스공급 계약이 체결된데 이어 2015년 5월에는 ‘서부노선’을 통해서도 가스를 공급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유라시아 경제협력의 급속한 확대는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집권 3기에 접어든 푸틴체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있으며, 시베리아 극동개발을 새로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극동 및 시베리아 개발은 러시아인들의 오랜 숙원으로서 역대 러시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5월 러시아 최초로 단일지역개발을 전담하는 연방부처로 극동개발부를 신설하고 신동방정책을 발표했다. 푸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의 핵심 역시 시베리아와 극동의 개발이다. 시베리아 극동지역은 동북아시아 에너지 공급의 거점이 될 수 있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연계하는 곳으로 발전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태평양국가로서의 정체성 확보와 시베리아 극동개발을 지향하는 신동방정책은 러시아의 중장기적 국가발전전략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유라시아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지해왔다. 중국은 1996년에 ‘상하이 5국’ 그리고 2001년에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출범함으로써 유라시아 정책을 강화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 강연에서 중국, 아시아, 유럽을 포괄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중국의 지도부는 2014년 이후 부터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융합한 개념으로 일대일로 구상(一帶一路, one way one belt)을 제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육상 및 해상연계 네트워크의 구축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경제의 성장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적 통합이 촉진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단기적인 경제발전 전략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중장기적 국가발전전략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시진핑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핵심정책이다.한반도 5000년 역사의 대부분은 유라시아 대륙문명권에 포함되며,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과 다양한 방식으로 문물을 교환함으로써 국가발전을 도모해 왔다. 한반도는 19세기 말부터 성장한 강력한 해양세력의 영향권에 놓여 20세기 초 일본에 강점된 바 있으며, 광복 이후 미국의 세력권에서 국가발전을 추구해왔다. 한국은 동서 냉전체제의 최전선에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미국의 안보우산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등과의 교역을 중심으로 수출지향형 경제체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사회주의 체제 붕괴로 한반도 구조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중간 경협이 비약적으로 확대됨으로써 한국경제의 유라시아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1/4에 달하며, 미국, EU, 그리고 일본에 대한 수출전체 규모와 맞먹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시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국의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분단으로 인해 그 동안 대륙국가의 정체성을 상실했으며, 교통물류의 측면에서 섬보다 못한 현실에 장기간 적응해왔다. 한국의 무역은 100% 해양과 항공을 이용해 이루어졌으며, 특히 선박과 항공기가 북한 영공과 영해를 피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감수해왔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새로운 국가발전의 모멘텀의 형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유라시아 대륙과 교통 에너지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선박과 항공기에 의존하는 국가발전 및 물류체계의 근본적 전환이 가능하다. 선박과 비행기를 통한 인적, 물적 교류가 점과 점의 연결이라면, 철도와 도로를 이용한 육상운송망은 선의 연결이며, 결과적으로 경제공동체라는 면을 새롭게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철도와 도로는 수시로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내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철도와 도로망이 연결될 경우 한반도에서 만주,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육상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전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통합이 촉진됨으로써 공동번영 가능해질 수 있다.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지정학, 지경학적 위치로 인해 유라시아 경제통합의 핵심적 매개체로서의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다. 유라시아 시대의 한반도는 대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허브이자 통로가 될 것이다. 특히 과거 5000년과 달리 한반도가 접한 태평양권은 새로운 해양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대륙의 주변부가 아닌 대륙과 대양세력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라시아 협력시대는 대륙국가 한반도의 정체성 회복과 아울러 대륙과 대양의 허브로서의 위상정립을 자국의 국가발전은 물론 유라시아 역내 전 국가들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통일이 남북한은 물론 유라시아 전체의 경제적 번영과 발전에 필수적인 전제라는 점이다. 유라시아 시대의 완성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의 연계에 있어서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단절구간(missing link)이라는 장애요인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통일의 추진과 아울러 이 과정에서 남북한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한 간의 경제, 사회문화공동체의 형성을 지향하고 유라시아와 연계된 남북한간의 철도, 도로 연결 및 에너지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러, 남북중, 남북중러 등 유라시아 다자 경협을 확대하고, 동북아 교통에너지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경제공동체 형성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경유하여 베이징과 서울을 연계하는 고속철과 고속도로 건설, 그리고 경원선 구간의 복원을 통해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사업의 구체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베리아 극동지역과 한반도를 연계하는 가스관의 연결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체제를 형성하고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소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이다. 

나진항 현대화를 위한 투자와 아울러 북한내 인프라의 개보수와 현대화를 위한 노력도 배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중러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북한을 견인해 내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중러의 협력을 통한 교통에너지 네트워크의 형성은 참여국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긍정적 사업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및 동북 3성 개발과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개발, 북한 재건 및 남북한의 협력이 전제될 경우 동북아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 한반도 분단상태의 평화적 관리와 아울러 궁극적인 통일이 중심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현을 통해 아시아 패러독스의 해소는 물론 역내 국가간 협력체제의 강화와 아울러 새로운 신뢰관계가 형성됨으로써 동북아평화협력구도가 강화될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현에 있어서 남북한 협력의 심화는 필수적이며, 분단체제의 완화 및 실질적인 해소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은 대동강의 기적과 한국경제의 제 2 도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반도 분단체제가 해소될 경우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간 문물교류가 비약적으로 확대됨으로써 세계 경제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유라시아 시대의 개막을 촉진하는 핵심적 계기이며 역내 모든 국가들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