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반복되지만 어느 순간 나만의 애인을, 즉 자신의 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사정들 때문에 전에 서로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결국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에 영원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인간이라는 존재가 영원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유통기간은 3년일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부부들이 10년,20년 넘어 함께 사는 이유는 결국 영원한 사랑 때문인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같이 보냈던 세월에서 생긴 책임감과 의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사랑이 어떤지를 알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단 둘이서 오랜만에 데이트 하러 분주한 도시에서 벗어나 호수로 떠났다. 그날은 햇볕이 따뜻했던 봄날이었다. 동화 속에만 있는 것 같은, 자연이 아름답기가 이를 데 없는 공원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아버지와 수다를 떨다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평화로운 호수가 보였다. 쌀쌀한 바람이 스쳐 가며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 나도 아버지도 아무 말도 안하고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지만 그 아름다운 순간을 망치기 싶지 않아서 나 역시 이 완벽한 조화로 이뤄진 경치를 감상하기만 하면서 가만히 서있었다. 이 순간은 바로 내가 백년 흘러도 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렇게 사소한 순간을 ‘소중한 순간’ 이라고 부르는 것이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순간을 추억 속에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 순간이 나한테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 되었을까? 그 순간에 나는 자연과 아버지 덕에 매우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호수의 진정한 분위기를 즐기는 가운데 갑자기 새 하얀 백조 두 마리가 보였다.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연의 완벽한 아름다움에 빠진 나는 드디어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 아빠 생각에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더니 "그럼. 언젠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사람도 죽기 마련이지. 하지만 사라지려야 사라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고 답하셨다. 그게 무엇이냐는 나의 물음에 아빠는 ‘사랑’이라고 대답을 하셨다. "저기 백조 두 마리 보이지? 백조들은 자기 배우자를 찾게 된 순간부터 서로 의지하며 평생 같이 살아간다. 그리고 만약에 둘 중에서 하나가 죽게 되면 살아남은 백조가 자기 배우자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따라 죽는다더구나. 물론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따라 죽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사람에게는 책임지고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서 따라 죽을 자격이 없는 것뿐이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멀리 떠나도 힘을 내서 떠나버린 그 사람을 위해 매일 울고, 그 사람을 늘 기억하고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아 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영원한 사랑이다. 아빠랑 엄마도 나중에 저기 멀리 있는 하늘나라에 가면 우리 사랑하는 딸들을 위해서 매일매일 지켜보면서 영원히 사랑할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세상에 없을 제일 따뜻한 미소를 지으셨다. 아버지 앞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질까봐 나는 아버지를 아무 망설임 없이 안았다. 따뜻한 우리 아버지의 품에 안겨 "저도 아빠, 엄마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백조들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집에 가는 길에 아주 많은 생각들에 깊이 빠져 들었다. 아버지 덕분에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며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은 이후로 나는 전에 몰랐던 사람에 대한 새 진실들을 발견하면서 살고 있다. 나아가 사람이 얼마나 마음 깊은 존재인가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던 아버지와의 그 날이 나에게는 제일 소중한 순간이다.

 

서울대학교 1학년 문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