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나 집 근처에는  언제나 말을 많이 하는  노친네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는데 그들은 장의자에 앉아서 알리나와 쎄르게이가 같이 다니는것을 보기만 하면  “저 녀석은   소녀의 뒤를 늘 따라다니고 있네, 마치 그림자처럼… ”- 이렇게   쑹얼거리면서  수군 한다.

남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노친네들은그저 보면 보는대로 들으면 듣는대로 거기다 자기 생각을  더 보태여  말공부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정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는것은 물론 아니며   그들은 그저 남을 비방하며 자기네들끼리 한데 모여 횡설수설하는 그저 말많은 할머니들일 뿐이다. 그럼 도대체 그림자란 무엇인가. 그것을 간단하게 알아차릴수 없는것이 바로 그림자가 아닌가.  꼬리처럼 딸아다니면서  어떤때는  뚝 떨어져 단독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갈듯 하다. 그런데 그림자의 특징적인것은 낮에 태양이 보이지 않으면 그림자는 완전히 없이지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그 소녀의 뒤를 늘 따라다니는 그  소년은 물론  그림자는 아니였고 알리나의 아주 믿음성있는 가까운 친구 쎄르게이였다. 달리 말하면  그는 언제나 알리나와 동반하는  예절이 바르고 교양있는  아주 점잖은 남자라고 말할수 있다.그 남자아이의 이름은 이미  상기한대로 우리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들사이에 흔이 있을수   있는 보통이름 쎄르게이였고  소녀의 이름은  알리나였다. 

그런데 쎄르게이와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그가  곁에 있는것이 습관 된 알리나는    그무엇인가가 부족한듯하며 거리는 좁아지는듯 했고  태양빛도 절반으로 감소된듯 했다. 그리고 자기에게서 비끼는 그림자도 흐시부시해지는 동시에   가슴속은 몹시 우울하고 외로운 감이 속에서 막 북받쳐 오르는듯 했다. 이럴 때마다  알리나는  이 우울한 감을 쫓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생각해낸것은 자기가   쎄르게이에게 시집가는 행복한 날을 눈앞에 그려보는 것이였다. 그러면  이 우울한 감은 저절로 간데온데없이 사라지고 마는것이였다. 이 때 알리나에게는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한 장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 꽃같이 젊은 나이에 어느 한  처녀가  지어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랑하지 않는  그 어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에게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잔치날에 눈부시게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특별이 아름다웠다. 신랑과 함께 제단앞에 천천히 나타난 신부는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흰 의상속에 자기 속마음을 감추고 속으로 아베마리야를 불렀다. 이 때 신랑과 둘이 나란히 제단앞에 선 그녀의 눈에서는  한줄기의 눈물이 흘렀다. 이 눈물은  불행한 자기 운명을 한탄하는 그녀의  마음 아픔을    모인사람들에게    말없이  이야기 해주고 있는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알리나는 그 장면을 떠 올리면서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 총각과 절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쎄르게이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며 한 학교에서 공부했다. 세르게이와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북받쳤다. 쎼르게이를 믿고 따르는 알리나의 마음은  늘 편안했다.쎄르게이와  같이 있을 때는 그들을 둘러싼 대자연이 더 아름답게 보였고   주위의 모든것이 그들을 반겨맞이하며 더 좋아지는듯 했다. 그들은 한번도 말다툼을 한 일이 없었다. 거의 매일 만나면서도  만나는 시간을 약속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것은  아무때나 일정한 시간에 마당 밖으로 나오거나 혹은  길가에 나서기만 하면  바로  그 장소에서 바로 그시간에 마치 약속이나 한듯 둘이는 꼭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이였다. 그것은 마치 각자의 몸에서   어떤 비밀신호가  각각  발산하여 바로 이것이 적당한 장소에서 교차됨에 따라 이 두사람을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즉 이 두신호의 교차점으로  끌어오게 하는것이 아닌가 ? 참 이상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우연속에는 두사람의 운명을 종결짓는 필연적인 결과의 씨앗이 내포되어 있는듯 하다.그리고 학생들인 그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표에 의하여 생활한다.  즉 학교에서공부가 끝난 방과후 그들은  그 즉시로 필요에 따라 학교도서관 혹은 시도서관으로 간다. 거기에서 그들은 숙제를 하고 또 읽어야 할 책들을 읽으며 매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쎄르게이는 시 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방과후면  거의 매일  스포츠 실에서 맹렬한 연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어느날이 였다.  세르게이는  오랫동안 길거리에서 몹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알리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알리나는  좀체로 자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늦거든 말거든 반드시 온다는것은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  쎄르게이는 참을성있게 게속 알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애가 나타났다. 쎄르게이는  먼데서 자기에게로 걸어오는 알리나를  보자마자 <아 !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있었구나> 하는것을 벌써 알아차렸다. 이윽고 가까이 온 알리나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으나 눈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하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알리나는  멈추지도 않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쎄르게이를 본체만체하고 그의 바로 옆을 쓰치다싶이 지나갔다. 쎄르게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잡아 나란히 섰다. 쎄르게이는  그녀의 얼굴을 드려다 보았다. 먼곳을 바라보고만 있는  알리나의 입술은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판이야 ? –하고 쎄르게이는 물었다. 그러나 알리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뿐인가  그가 더 물어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 일인가고?- 하고  알리나의 손을 붓잡았다. 그애는 쎄르게이의 손을 밀처버리지는 않았다. 말을 할수 없는 모양인지 말이 나오지 않는지 ...

-누가 너를 모욕했어? 그 놈은 누구야 ?-하고 쎄르게이는 두주먹을 불끈 쥐고 물었다. 알리나는  대답을 못하고 그저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어떤 놈인가  말이야? -하고 또 거듭 물었다. 이때 알리나는 발음을 멈추고 

엄마야 !- 하고 말했다. 이 때 쎄르게이는 갑자기 찬물벼락을 맞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생각에는  엄마란 말은 조금도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 그래 엄마가  뭐라고 말했어? 

- 나를 쳤단 말이야 , 볼따구를  여러번 쳤다구 – 알리나가 울면서 말했다. 이 때 쎄르게이는   쯔르르하고 온몸에 전류가 통하는것같은 느낌을 감촉했다.  그러자  얼굴이 탁하고 마치 태권도 연습장에서 자기도 상대편의 주먹에  얻어맞는듯 볼따구니가  뜨끔했다. 지금 당장 알리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기입장을  참을 수 없었고 선채로 굳어젔다.

이 순간에 알리나는 쎄르게이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랗게 변했고  몹시 긴장하고 냉정해진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는  아주 성난 얼굴로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하여튼 지금 당장 어떻게 행동 해야 할것인가 하는 고통스러운  생각에 잠겼든 것이다. 알리나는 이렇게 얼굴이 새파래지고  심한 걱정에 잠긴  쎄르게이를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 엄마에게 얻어맞아  분했든 생각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서 잠간 기다려, 곧 올테니까 -  라고 말한 쎄르게이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알리나에게 물어 볼 여지도 주지 않고 쏜살같이 앞을 향해 막 달렸다. 이윽고 몇분후에 쎄르게이는 머리에 쓴 야구모를 옆으로 돌려쓰고 두주먹울 힘있게 쥐고는 새빨갛게 붉힌 얼굴로 알리나집 문앞에 나타났다.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