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즐오르다의 제3인터내셔널 꼴호즈에서 만난 올가(63) 아주머니는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통해 일주일에 한번씩 아들과 만난다.  콘스탄틴(39)씨가 한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들은 현재 안산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데,  전국에 최소 4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국내 고려인 동포사회의 한 일원인 것이다. 

 

콘스탄틴씨는 러시아를 제외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적 고려인 동포에게  허가되는 3년기한의 방문취업비자(H2)를 가지고 한국에 나갔다.   이 비자기한 3년이 지나면 정규직 근무자에 한해 1년10개월 연장이 가능하여 최대 4년10개월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데,  콘스탄틴씨도 약 5년 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오겠다는 계획으로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크즐오르다 제3인터내셔널 꼴호즈 뿐 아니라 우슈토베 지역의 많은 고려인 젊은이들도 지금 이렇게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동포비자(F4)나 영주권(F5)을 받고 싶어하지만 언어, 자산,수입 등의 장벽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행을 꿈꾸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대도시인 알마티를 제외한 지방이나 농촌지역에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들만 남아 있는 곳이 흔하다.   이런 현상은 소련의 해체와 함께 시장경제로 체제이행을 하던 시기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최근 몇년 전 부터 다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산유국 카자흐스탄이  저유가로 인한 장기 불황이 계속되자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미래

<전승민 주알마티총영사가 지난 21일, 80주년을 맞아 동포사회발전에 이바지한 원로들에게 상패와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우슈토베에서 만난 천 미하일 할아버지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미래에 있어서 가장 염려되는 것으로  “일자리가 없다는 것,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못주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강게오르기 알마티 국립사범대학교 교수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미래를 전망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려인들은 80년전 이곳으로 이주를 당했지만 그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 유라시아로 한민족의 활동무대를 넓혔다.”고 먼저, 고려인 정주 80주년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그는 “미래를 전망하기 전에 몇가지 알고 넘어갈 것이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해서도 현지에 잘 적응하고 살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데 이것에는  2가지 팩트가 있다. 다시 말해  왜 카자흐스탄에 성공한 고려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느냐 하면,  첫째 카자흐민족과 우리 민족은 같은 알타이민족으로서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이 컸기 때문에 현지에 적응하고 함께 살아가기가 쉬웠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에는 130여 민족이 있지만 카자흐와 우리민족이 가장 잘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교수인 점을 감안해서 들어야 할 대목이지만,  북방 유목민들 속에 수천년동안 DNA를 통해 전해오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도 상당 부분 남아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  적응해 나가는데 훨씬 유리한 측면은 있었을 것이리라.     

강교수는 “ 둘째, 돌아갈 조국이 분단됨으로써 대부분의 고려인들은 여기를 제2의 조국으로 여기고 열심히 살았다. 이것이 오늘날성공한 고려인들을 수없이 배출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떠나온 자가 다시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는 인식을 하는 순간, 주어진 현실속에 강하게 뿌리 내리고 살 것을 강요당하는 법인데,  소련시절 타민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노력영웅 숫자가 이를 반증해주고 있고, 아직도 정전상태인채 분단되어 있는 조국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고려인 동포사회의 급격한 모국어 상실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곳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시 러시아어를 잘 배워야 했기 때문에 교육열이 강한 고려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러시아어를 열심히 배울 것을 강조했다.  수많은 성공한 고려인들의 배출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에 해당된다. 

강교수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미래에 대해 “역사적 조국과 단절되지 않는다면 유형, 무형 문화유산을 계승할 것이다.” 면서 “ 남북의 분단이 장기화 되면 서로 다른 민족으로 변해갈 수 밖에 없다.  뿌리가 보존되어야 나무가지들이 무성한 것처럼 모국이 안정되어야 재외동포사회가 발전해 나간다.”고 말했다. 모국이 분단상태가 지속된다면 까레이스키 디아스포라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취재에 응해준 많은 동포들은 현재의 동포지도자들도 카자흐스탄 정부가 자국의 소수민족 정책의 일환으로 각종 정부행사에 참여시키거나 고려인 문화단체나 협회에 지원해 주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동포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진정으로 무엇이 필요한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것은 바로 말은 비록 잊어버렸지만  민족의 얼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미래는 바로 우리 얼을 지켜나갈려고 하는 노력, 한민족으로서 자부심을 지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인 동포들 하나하나의 가슴속에   얼이 살아 있다면,  그 어떤 국제무대에서 만나더라도  곧 한민족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모국어가 아닌 영어나 러시아어로 소통할지라도…..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