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에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이 한국 정부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은 한민족이 조국을 떠나 영구거주를 목적으로 정착했던 지역으로 고려인 동포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베를린 구상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러시아 극동 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금년 9월 초에 블라디보스톡에서 있었던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국과 러시아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이에 따라 향후 고려인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한‧러 협력방안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력적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극동 지역개발 및 한반도 안정을 위하여 9개의 사업 영역을 제시했다.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부문이다. 이를 좀 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과 항만은 자루비노 신항만 현대화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 블라디보스톡과 두만강 유역 사이에 있는 자루비노항은 한국 강원도의 속초항과 항만 노선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항만 시설이 노후화되어 있다. 여기에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 그밖에 나호트카, 보스토치니, 포시에트 그리고 블라디보스톡 항구들이 향후 현대화 및 확장될 여지가 큰 곳들이다.기후 변화로 인한 북극해 환경의 변화는 바다를 통한 항행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우선 한국에서 서유럽을 향한 수송 시간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경유하는 것보다 북빙양을 관통하는 경로가 시일을 10일 정도 단축시킨다. 쇄빙선을 활용한 항로 개척 또한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로테르담에서 한국까지 시험 운항도 성공된 바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북극 항로의 개척과 타당성 문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스와 철도 사업은 오래 전부터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관심을 표명한 분야이다. 시베리아 철도와 한국의 종단 철도가 북한을 경유하여 연결되고, 러시아의 가스관 또한 북한을 경유하여 한국까지 이어진다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북한은 이에 관해 폐쇄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가스-철도 연결사업은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사업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으로 되어 있다.동북아 수퍼그리드(NEA Super Grid)라고 표현되는 국가를 넘어선 전력공급 사업은 러시아와 일본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리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전력을 인접 국가에 공급하여 전력 에너지의 안정화를 모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극동 개발에 필수적인 것은 물론 에너지 부족에 놓여 있는 북한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일자리 증대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이 러시아의 일자리는 물론 한국의 일자리 증대에도 관련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에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도개발구역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5,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확보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향후 투자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25년 동안 러시아 극동 지방은 심각한 인구 유출 현상이 일어났다. 극동연방 관구를 기준으로 해서 1991년에 약 800만 명이던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600만 명으로 200만 명 가량 줄어들었다. 원인은 러시아 경제 침체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러시아인들의 유럽 지역 선호 현상 때문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극동지역의 개발을 위하여 하바롭스크에 극동개발부를 위치시키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극동 지역이주를 위한 인센티브로 세대 당 1 ha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도 내 놓았다. 얼마 전에는 소련 시기에 소련 국적을 소지한 사람들에게 러시아연방의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이다. 가령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중 소련 시기에 태어나서 소련 국적을 가졌던 사람은 희망한다면 러시아 극동으로 이주해서 러시아 국적을 취득함은 물론 1 ha의 땅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부여받은 땅은 5년 동안의 생산성을 평가하여 완전한 소유를 인정하든지 아니든 환수 조치하든지 하는 선택 사항이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및 한국의 신북방정책에 따른 개발수요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이는 해당 지역의 인구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농업과 수산업 분야가 있는데 우선 농업은 과거 전통적인 농사 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과학적 영농방식의 도입과 적용을 의미한다. 한국의 민간기업이 이미 20년 전에 연해주 일대에 거대한 농지를 임차하여 밀과 콩, 옥수수 그리고 벼를 재배하고 있지만 경제적 생산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때 농업전문가로 인식되던 수많은 고려인들도 이제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화의 진전으로 농사에서 떠난 지도 오래되었다. 일본이 온실과 유기농 농법으로 최근 극동 지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근 중국의 거대한 작물생산 가능성이 있어 농업 분야의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새로운 영농방식이 이 지역에 적용된다면 경제성을 가지게 될 것이고, 고려인 동포들 일부도 일정한 기술연수를 통하여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산업 분야는 주로 수산물 가공산업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매우 높은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러시아 기업이 협력한다면 장래가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이번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 정책은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증진에는 물론이고 고려인 동포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문화센터를 방문해서 동포사회의 현장을 확인했다. 최재형의 손자 최 발렌틴씨와 사할린 한인 1세대 당사자도 대통령과의 만남을 가졌다. 향후 고려인 동포사회에 대한 발전적인 지원 정책이 강구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 문제와 고려인 동포

한국의 신북방정책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은 물론 유라시아 지역의 국가와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언론을 통하여 알려져 있듯이 북한 당국은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강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초래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북한의 함경도 지방은 고려인 이주동포의 출발점이 되는 지역으로서 고려인들에게 역사적 상징성을 띠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현재 한국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인 동포사회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까지 고려인 사회는 북한의 한반도 긴장을 고조 행위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는 듯하다. 그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향후 고려인 동포사회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을 촉구한다. 어떤 고려인들은 경제적으로 월등한 남한이 왜 같은 동포 국가인 북한을 돕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제 이러한 질문은 한반도의 실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스스로 자각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고, 이는 지난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서도 천명된 바 있다. 

이제 되돌아보면 한국정부는 신북방정책으로 러시아 극동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투자정책을 내 놓았고 이것은 고려인 동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극동 지역은 현재 러시아 땅이지만 한반도에서 지리적으로 인접된 곳이고 고려인 동포들이 사실상 개척한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인들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황 영 삼

* 주요 경력/학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실장

-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파견교수 (2005-6)

 

-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국제관계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