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소련 지역(CIS 국가)에 사는 고려인들은 2013년 재외동포재단의 의하자면 약 5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카자흐스탄에 약 10만 명, 우즈베키스탄에 약 19만여 명, 러시아에 약 22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은 크게 3세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1세대는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북한 출신의 고려인들입니다. 이 분들은 이미 구소련 땅에 정착하여 한국어가 서툴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합니다. 55만 명의 고려인들 가운데 50만 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지요. 

2세대 고려인은 1940년대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끌려간 고려인들입니다. 약 4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미 한국으로 귀국하신 나이 드신 분들도 많지만 사할린과 모스크바 등에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2세대 고려인분들은 대부분 경상도 지역에서 이주하셔서 한국말도 잘 하시고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높습니다.

3세대 고려인들은 1989년 고르바초프의 개방 정책 이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정착하신 우리 한국분들입니다. 적어도 CIS 지역에 20년 정도 거주하셔야 3세대 고려인의 자격이 있습니다. 현지 여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면 더 확실하지요. 지금은 한 천 명(자녀 포함, 자녀는 나이 무관 고려인임) 정도로 추정되는데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3세대 고려인들은 어떤 경우든 한국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최소한 1년에 한번 정도는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분들도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3세대 고려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쏘련과 러시아를 높이 평가하고 러시아어를 제2 모국어로 사용합니다. 카자흐스탄에 살던 우즈베키스탄에 살든 현지어에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러시아의 위대한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쏘련의 인공위성, 원천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2. 러시아어를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주로 현지에서 실전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발음에서 구개음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푸틴은 푸찐으로, 상트페테르부르그를 상트페쩨르부르그로 부릅니다.

3. 카프카즈에 있는 와인의 나라 조지아를 아직도 그루지야로 부릅니다. 조지아 국민들이 자기 나라를 더 이상 그루지야로 부르지 말 것을 호소하였는데도 요지부동입니다. 이것은 대부분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4. 시장이나 슈퍼에 가면 좋은 물건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구매합니다. 워낙 물자가 귀한 시기에 사셨기 때문에 오늘 보는 이 물건이 내일 다시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5. 한국 실정을 잘 아는 것 같이 말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집에 인터넷이 잘 되는데 왜 애들이

 PC방을 가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요즘 인터넷 게임은 주로 레이드물이라서 파티를 결성해서 집단적으로 플레이합니다. 애들이 PC방에 모여 같이 작전을 짜고 같이 공략을 한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또한 한국의 편의점과 슈퍼와의 차이점도 절대 모릅니다. 요즘 편의점은 먹을 것도 팔지만 동시에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해 먹는 곳이지요.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도 모릅니다. 워낙 볼쇼이 같은 오페라의 나라에 사셔서 마이크로 노래 부르는 것을 경멸합니다.

3세대 고려인분들은 정이 많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구소련에서 정치와 경제의 부침을 겪으면서 돈과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날씨는 춥고 외국인에게 약간 적대적인 나라에 살다보니 어떠한 시련도 너끈하게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신 분들이 3세대 고려인입니다.

윤성학 고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