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고 공항에서 처음 나왔을 시각이 어두운 밤이면, 미지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조금 움츠러들게 된다. 알마티도 그랬다. 밤 10시가 넘어서 공항에서 나서자, 연구소 대표님께서 픽업을 나와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어두운 거리때문에 조금 주눅이 들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익숙치 않은 침대에 누워, 빨리 아침 해가 밝아서 이 도시의 얼굴을 마주하기만을 바랐다.

잠자리를 타는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나서 환전하고 심카드를 사려고 대문을 나섰는데, 아뿔싸, 인도가 없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달리는 차들 옆에 가만히 서서 생각해보다가 그대로 도로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여전히 움츠러들어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문이 열려 있는 사무실 안으로 무작정 들어갔더니 비비가 있었다. 구세주였다. 그 이후로 제일 먼저 비비의 도움을 받아 환전하고, 심카드도 사고, 라그만에서 밥도 먹고! 알마티랑 조금은 친해진 것같았다.

나는 국내/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봤다. 국내는 차치하고, 해외로는 뉴질랜드, 미국, 태국, 홍콩, 마카오, 중국, 일본, 러시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모나코,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루마니아, 체코 등등 이리 저리 쏘다니면서 해외여행은 진짜 자신있었는데,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보다는 친절했지만, 한국인보다는 웃음에 박했다. 내가 만약 러시아인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무표정의 카작 사람들을 보며 주눅이 들었겠지만, 러시아인들을 겪어본 이상 카작 사람들은 천사나 다름없었다. 또, 동아시아를 떠난 해외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고 반가운 외모들! 나는 한국에서 여러번 중앙아시아 친구들에게 ‘중앙 아시아인처럼 생겼다’는 말을 여러번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연구소 한글 수업에 오는 학부모님들, 길거리 상인들에게 벌써 대여섯번이나 이곳 사람같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원래 인종과 겉모습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듣는 것을 마냥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 유학시절 하도 많이 당한 인종차별적 발언들때문에 - 이상하게도 카자흐스탄에서는 오히려 환영받는 기분이었다. 아직 이곳에 도착한지 겨우 닷새째. ‘무언가를 벌써 했다!’는 느낌보다는 이제야 조금 발을 딛은 느낌이다. 아직 약 26일의 알마티가 날 기다리고 있고, 나는 온전히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 앞으로 올 날들이 기다려진다.

 

김유리

(유라시아고려인연구소 인턴, 고려대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