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랸쓰크 삼림은 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빠르찌산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한 곳으로 역사에 기입되었다. 그런데 이 삼림은 송이버섯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비가 온 뒤에는 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삼림을 구석구석 헤맨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빠르찌산들의 토굴

 

…카자흐스탄에서 살던 나는 중학을 필하고 1960년에 브랸스크 운수기계제작대학 기계기술 학과에 입학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쏘련의 여러 공화국들에서 온 대학생들이였지만 모두 화목하고 한집 식구처럼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다. 우리는 휴일을 몹시 기다렸다. 왜냐 휴일에 버섯을 따다가는 그것을 감자와 닦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날도 우리 대학생 몇몇이 모여 브랸스크 삼림으로 버섯을 따러 떠났다. 버섯을 따는 사람들은 우리 외에도 많았다. 나는 풀숲에서 약간 머리를 내민 큰 송이버섯들을 보자 세상 만사를 잃고 그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가면 갈수록 더욱 더 탐스러운 버섯들이 나타났다. 친구들이 뒤떨어진 것도 주목을 돌리지 않았다. 고사리잎밑에서 보이는 큼직한 송이버섯을 따려고 몇걸음 앞으로 나갔을 때였다. 나는 미쳐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론가 구울러 떨어졌다. 머리가 아팠지만 피기 흐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부상은 입은 것 같지 않았다. 처음에는 짐승들을 잡으려고 사냥군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신을 가다듬고 나뭇잎 사이로 해빛이 겨우 들어오는 굴안을 자세히 보니 함정은 아니었다. 바닥에는 널판지가 되는대로 깔려 있었고 선반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그 위에는 곡물이 든 작은 포대 몇 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있는 곡물이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알미늄으로 만든 큰 컵들, 숟가락과 호크들도 여기저기에 널려져 있었다…

-로사, 넌 어디야?  나를 부르는 친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있는 힘을 다 모아 대답을 하자 그애들이 달려왔다.

-야, 어떻게 된거야? 앞에 보이던 네가 갑자기 사라졌단 말이야…넌 그 굴속에서 무얼 하는거야?  아래를 내려 보며 친구들이 소리쳤다. 

-얘들아, 이건 그저 굴이 아니야, 전쟁시대에 빠르찌산들이 만든 토굴같구나…- 내가 위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게 정말이야? 하며 호기심 많고 대담한 남학생 몇 명이 토굴속으로 뛰여내렸다. 제법 깊었기에 여학생들은 뛰여 내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짜 이건 빠르찌산들의 토굴이야, 이렇게 살면서 적들과 싸웠겠지 누군가 말했다. 모두가 흥분된 기분이였다. 마치도 사방에서 울리는 전쟁의 포성을 듣는 것 같았다...

우리는 토굴바닥에 흩어진 버섯을 광주리에 주어담고 위에 남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기여 올라갔다. 분위기가 바뀌여서인지 버섯을 더 뜯을 생각이 없어졌다. 우리는 이미 딴 버섯을 가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저녁에 우리 방으로 동창생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닦은 버섯을  먹으면서 낮에 겪은 일을 이야기 하였다.

후에 지방 주민들에게서 들은바에 의하면 브랸쓰크 밀림에는 이런 토굴이 수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토굴들이 어떤 경우에는 불과 몇 십메터 간격을 두고 있는데 서로 모르고 지내면서 활동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반역자들이 부대에 끼여들어 있을 수 있으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그 날 전쟁의 어떤 무서운 메아리가 우리를 기대하고 있는가를 몰랐다.

 

건초속에 숨겨 둔 전리품

쏘련 시대에는 학년도가 시작되는 가을에 학교나 대학들에서는 학생들이 한달동안 실습을 하였다. 실습은 지방에 따라 달랐는데 러시아에서는 주로 감자수확 거두기, 중앙아시아에서는 목화따기였다. 내가 공부하던 브랸쓰크 공업대학 학생들은 감자캐기에 동원되었다. 꼴호스에서는 우리들을 한 집에 몇 명씩 배치하였다. 우리 여학생 다섯명이 한 참전로병네 집에 배치받았다. 노인이 우리에게 침대에 자리를 정해 주었으나 왜서인지 우리에게는 집천정위의 다락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할아버지, 죄송하다만 우리가 저 다락에 올라가서 자도 될까요?  우리의 부탁에 주인은 이불을 가지고 올라가서 자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다리를 조심하여 올라가라고 덭붙였다.

땅거미가 기여들기 시작할 때애 우리는 제각기 이불을 들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다락안은 넓었는데 선반위에는 절인 오이와 도마도, 버섯, 쨈들이 든 유리통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큰 유리단지가 서 있었는데 두껑을 겨우 열어보았더니 술냄새가 코를 푹 찔렀다. 틀림없이 집에서 만든 포도주였다. 

-얘들아, 포도주를 한모금씩 마셔보자구 – 약삭빠른 잔나가 말했다.

-나는 싫어, 마시고 싶으면 너희들이나 마셔 – 하고 나는 돌아누웠다. 나는 사실 맛을 보고싶어도 마시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심장병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며칠 밤을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잔나가 잠자리가 딱딱하다고 투덜거리면서 건초를 좀 깔았으면 하였다.

-얘들아, 저 구석에 건초가 있지 않아, 저걸 좀 갖다 깔까…그런데 참 이상하지, 왜 다락의 구석에다 건초를 쌓아놓았을까?! – 잔나는 중얼거리며 그 곳으로 갔다. 우리의 시선도 그 쪽으로 돌려졌다. 풀을 거두는 잔나는 <얏!>하고 소리쳤다.

-빨리 와 보라구! – 잔나가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그 어떤 골동품 가게에 들어선 것 같았다. 우리 앞에는 아름다운 기념품, 장식품, 작은 조각품들이 놓여 있었다.

-기가 막히게 고운 물건들이야, 우리 하나씩 가지자구, 이렇게 많은데 몇 개 없어져도 주인이 알아맞히지 못할거야 – 잔나가 바레무용수를 이미 골라 들고 우리에게 말했다. 가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리는 건초를 다시 덮어두었다.물론 이것은 제2차 대전에 참가하여 베를린까지 갔다는 참전로병-주인이 노획한 전리품이였을 것이다.  

 

정적을 깨뜨린 포성 

마지막 학기시험을 치른 브랸쓰크 운수기계제작 대학 학생들은 방학을 앞두고 모두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대학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도 제각기 정든 고향땅에 가서 부모형제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방학을 앞두고 그들은 물고기를 잡아 국도 끓이고 감자도 숯불에 구워먹으며 휴식의 한 때를 보내려고 소풍을 가기로 하였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이 뒤섞여 거의 열명이 떠났다.하늘에는 구름 한점없는 화창한 여름날씨였다. 삼림의 오솔길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누구의 소개인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자리잡은 곳은 경치가 아름다웠다. 양지바른 언덕이였는데 좀 아래로 내려가면 제스나 강이 천천히 흘렀다. 남학생들은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를 준비하고 여학생들은 물고기국을 끓일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아마 물고기를 꼭 잡는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한 반시간이 지난뒤에 고기잡이군들이 있는 곳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잡았다, 잡았어!>정오에 이를 무렵에 국거리에 필요한 물고기 몇마리를 잡았다. 마른 나무 가지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모닥불이 제법 타오르자 장만한 물고기와 감자가 든 남비를 걸어 놓았다. 여아이들은 국을 담을 그릇을 싳기 위해 강가로 내려갔다. 모닥불 곁에는 남학생 몇 명이 앉아서 불이 잘 타도록 살피고 있었다. 바로 이 때였다. 땅을 뒤흔드는 폭발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모닥불이 타고 있는 곳이였다. 여학생들은 겁에 질려 어떻게 할바를 몰랐다. 평화로운 날에 왜 폭발소리가 들리는 걸까? 걸음을 걷자고 하니 다리가 굳어져 발자국을 뗄 수가 없었다. 귀도 멍멍하여 들리지 않았다. 여아이들은 정신을 좀 차려 천천히 언덕을 기여 올라갔다. 모닥불은 간데온데 없고 그 자리에서 벌어진 무서운 광경을 묘사할 수 없다. 원래 심장이 약한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섰다…

우리는 남학생 셋을 잃었다. 두 명은 파편에 부상을 입어 입원하였다. 주위에 있던 우리들도 귀가 들리지 않이 이주간 치료를 받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모닥불을 피운 땅속에 포탄이 묻혀있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그것도 강력한 반땅크 포탄이라고 하였다. 여학생들이 그릇을 씻으러 강가에 내려가지 않았더라면…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전쟁이라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위대한 조국전쟁이 끝난지 이미 17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을 계속 앗아가노니. 그것도 젊은 생을…나는 이 무서운 지난 일을 회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지구촌의 여기저기에서 전쟁, 테로행위로 하여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 대학생 시절에 지난 전쟁의 흔적의 비극을 직접 본 나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김 로사